구제역 백신 접종 전국으로 확대됐는데… 한번 쓸고 간 곳에서 또 돌아

입력 2011-01-11 01:02

사상 초유의 구제역 사태로 살처분 가축이 134만 마리에 달하고 백신 접종도 사실상 전국으로 확대됐지만 여전히 구제역 출구는 보이지 않고 있다. 백신을 맞은 소가 구제역에 걸리고, 한번 구제역을 앓은 뒤 2주 이상 추가 발생이 없던 곳에서 구제역이 재발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안성 오리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인돼 전남·충남에 이어 경기도까지 AI 위험권에 들어섰다.

10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살처분·매몰된 가축 수는 3358농가의 133만9387마리에 달한다. 구제역 예방접종 대상 지역은 8개 시·도, 103개 시·군으로 늘어 대상도 10만392농가의 215만1998마리로 증가했다. 문제는 이미 구제역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지역권에서 구제역이 재발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날 경북 봉화군 돼지·한우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경북 북부 지역은 지난달 중순 이후 구제역 발생이 없어 사실상 진정된 것으로 판단됐던 곳이다. 구제역 바이러스 잠복기가 2주 정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기존 감염이 아닌 이후 추가로 감염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는 “한번 구제역을 겪은 지역에서 또다시 구제역이 발생한다는 것은 그만큼 방역이 잘 안 됐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예방접종이 구제역 추가 확산을 막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구제역 항체 형성까지 최소 1∼2주 걸리기 때문에 백신 접종 후에도 10일 안팎으로는 감염 위험이 남아 있다. 지난 8일 구제역이 확인된 충북 청원 한우농가도 지난 4일 예방 백신을 접종한 곳이다. 현재 백신 접종이 진행 중인 경북 경주와 강원도 춘천의 한우농가에서도 이날 구제역이 추가 발생했고, 강원 화천·횡성, 경북 봉화에서도 추가 의심신고가 들어왔다. 검역원 관계자는 “항체 형성 기간 중 구제역에 감염되거나 접종 이전에 이미 감염된 상태라면 백신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사전에 백신 접종을 하더라도 항체형성률은 80% 수준이어서 한 달 후 2차 접종까지 해야 안심할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달 25일부터 접종을 시작한 경기도 연천 등 5곳의 경우 접종 후 12일 지난 시점에 샘플 조사한 결과 85% 정도 항체가 형성됐다”면서 “이들 지역 2차 접종은 1월 말쯤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 안성 오리농장과 전남 나주 오리농장에서도 AI가 확인돼 방역 당국은 초비상 사태에 돌입했다. 지난달 31일 충남 천안, 전북 익산에서 처음 발생한 뒤 전남 지역에서 확산되던 AI가 경기권에서도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전남 구례·함평, 충남 서천 등 11곳에서 들어온 의심신고도 고병원성 여부를 조사 중이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