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좌우 날개+중앙 속공으로 날자”… 선두 대한항공 센터진 활용 공격루트 다변화
입력 2011-01-10 18:04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기업경영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매일 숨 막히는 승부를 벌이는 프로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
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은 지난 달 개막이후 8연승을 질주했다. 그동안 프로배구 양강 체제를 구축했던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과 확 달라진 대한항공의 기세에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다.
대한항공에 일격을 날린 팀은 LIG손해보험이었다. 지난 1일 인천 경기에서 LIG손보는 대한항공에 한 세트도 허용하지 않고 완승을 거뒀다.
김학민-에반의 좌우 쌍포와 신예 곽승석, 리베로 최부식이 버틴 수비진, 이들의 연결고리인 세터 한선수로 최고의 조직력을 자랑하는 대한항공이지만 변화가 필요했다. 상대가 알고 있는 뻔한 공격패턴으로서는 더 이상 연승을 이어갈 수 없었다.
대한항공 신영철 감독이 빼든 카드는 ‘중앙 속공’이었다. 막강한 좌우 쌍포에 의존하던 공격루트를 센터를 이용한 중앙 속공으로 다변화하면서 상대 블로커들을 따돌리는 전술이었다.
LIG손보에 패한 뒤 4일만인 지난 5일 대한항공은 새로운 무기를 들고 나와 KEPCO45를 3대0으로 완파했다. 이어 지난 9일 2위인 현대캐피탈전에서도 센터 이영택(9점), 진상헌(8점)이 17점을 올리는 활약으로 예상 밖의 낙승을 거둘 수 있었다. 공격의 무게중심이 센터진에게로 다변화하자 김학민, 에반 쌍포의 공격은 춤을 췄다. 특히 세터 한선수는 에반에게 후위공격을 각별히 주문했고 에반은 24득점 가운데 후위공격으로만 12점을 올리는 변칙활약을 펼쳤다.
이같은 변화는 경기 기록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LIG손보에 진 경기까지 9경기 동안 대한항공은 경기당 13.3회의 속공을 시도, 약 50%의 성공을 거뒀다. 대한항공은 공격성공률 1위팀이지만 이 부문에서는 4위에 그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2경기에서 대한항공은 경기당 17회의 속공을 시도해 64.7%의 성공을 거뒀다.
중앙 속공을 적극 활용한 대한항공의 변신은 아이러니컬하게도 LIG손보전 패배에서 힌트를 얻었음직하다. 당시 대한항공은 가장 허약하다는 LIG손보 센터진의 중앙 속공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 경기서 LIG손보는 14차례나 속공을 시도해 대한항공(3점)의 두 배가 넘는 7점을 올려 쏠쏠한 재미를 봤다.
10승1패로 독주체제를 굳힌 대한항공 신 감독은 사상 첫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서는 앞으로 2∼3차례 고비가 더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때도 상대 허를 찌르는 ‘변화’만이 살길임을 잘 알고 있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