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교육청, 선행학습 역행… 令 안서는 교육행정
입력 2011-01-10 17:58
광주시교육청과 일선 고교들이 선행학습과 야간 자율학습 등 교육정책을 놓고 잇따라 엇박자를 내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혼선을 빚고 있다.
10일 광주시교육청과 각 학교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지난달 말 일선 고교에 ‘동계방학 중 고교 교육활동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방학기간 중 입학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일체의 수업이나 자율학습을 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과도한 선행학습은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떨어뜨리고 의무적 자율학습도 학습방법에 대한 학생들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난해 말 신입생을 선발한 자율형 공립고와 사립고는 동영상 수업을 강행하거나 과제물을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입학설명회 등을 통해 이미 방학 중 선행학습 수업을 하겠다고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약속해 이를 어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자율형 공립고로 전환한 상일여고의 경우 10일부터 시작하려던 입학 전 선행학습이 무산되자 이날 수학교사 4명이 자발적으로 제작한 인터넷 강의 동영상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렸다. 학교 측은 30분 분량의 동영상 20편을 학생들이 방학기간에 반드시 보도록 하고 2월말 개학하면 ‘점검부’를 제출받을 예정이다.
자율형 사립고로 지난해 말 첫 신입생을 선발한 보문고 역시 국·영·수 3개 과목 문제집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해당 교사들이 1대1 전화 상담을 통해 학습을 지도·관리하고 있다.
숭덕고와 광주일고도 수백쪽 분량의 과제물을 나눠주고 이를 토대로 개학 직후 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사실상 각 학교의 선행 학습이 인터넷 강의와 숙제 부여 등 다른 형태로 이뤄지는 셈이다.
시교육청은 또 학기 중 보충수업도 고교 1학년은 100시간, 2학년은 120시간 내에서 학교운영위 심의를 거친 뒤 실시하고 이를 어길 때는 재정적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관행처럼 굳어진 각 고교의 야간 자율학습은 원하는 학생들만 참여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충수업과 자율학습 축소에 대해 일선 교사와 학부모들은 결국 사교육비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보충수업이나 자율학습을 하지 않는 고교생들이 대학입시에 대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교 후 사설학원으로 직행하게 돼 학원들의 배만 불려주게 된다는 것이다.
장휘국 시교육감은 “선행학습 금지 등이 사교육을 조장한다고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교육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면서 “올바른 공교육이 뿌리내리기 위한 과도기적 현상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