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의경 부대 가혹행위 엄중문책하라

입력 2011-01-10 18:02

“너희(선임)는 단순히 우리 위에 있는 게 아니라 신으로 군림해. 빨래, 짐정리, 다림질, 안마, 커피 타주기, 이젠 뭘 해주기 바라니?… 우리는 너희가 동물 사육하듯 길들일 존재가 아니야… 우리는 너희들 협박에 항상 가슴 졸이며 고양이 앞에 쥐처럼 살아가고 있어. 제발 부탁이니까 변해줘라, 신에서 인간으로….”(2009년 12월 4일)

복무 중 급성혈액암(백혈병)으로 지난해 6월 숨진 충남경찰청 모 기동대 소속 박모(당시 21세) 의경이 작성한 미니 홈피 일기장이다.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기 위해 어머니가 최근 인터넷에 공개했다. 커다란 파장이 일었고, 경찰은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인권유린 행위는 사실이었다.

충남경찰청은 이 사건과 관련해 당시 소대선임자 등 17명을 사법처리했다고 10일 밝혔다. 박 의경은 암기사항을 제대로 외우지 못한다는 이유, 중대장의 속옷을 잃어버렸다는 이유 등으로 버스나 보일러실에서 선임자들로부터 무수히 폭행당했다. 소속 중대장 등은 이 사실을 알고서도 방조했다. 피해자가 30여명 더 있을 것으로 경찰이 추산하고 있다고 하니 관행적으로 이뤄진 행위라고 봐야겠다.

전·의경 부대에는 아직도 ‘귀뚜라미’(귀를 잡고 엎드려 뻗치기) ‘매미’(벽에 딱 붙게 하는 자세) 등을 비롯한 각종 가혹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구타도 상처가 나지 않는 선에서 교묘히 가해진다. 전·의경 제도가 시행된 지 40년이 넘었지만 군기 확립을 이유로 구시대적 악습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피해를 당한 이들은 정신질환을 얻기까지 한다. 박 의경은 대학 휴학 후 2009년 4월 입대했으나 9개월 만에 급성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유족들은 구타 외에도 ‘물 못 마시게 하기’ ‘방패로 이마 찍기’ ‘보일러실 감금’ 등에 시달리다 스트레스로 병을 얻었다고 말한다.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가혹행위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타 전·의경 부대의 인권유린도 철저히 조사해 관리책임을 태만히 한 지휘관들까지 엄중 문책해야 한다. 근본적으론 잘못된 전·의경 조직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