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나누는 사람들] 인세 기부란?… ‘아름다운재단’서 시작, 작가·출판사 동참 밀물

입력 2011-01-10 17:45

(3) 책 22권 ‘인세 기부 ’동화작가 고정욱씨

인세 기부는 2001년 아름다운재단의 박원순 총괄상임이사가 ‘일본 시민사회 기행’(아르케)이라는 책의 인세를 기부하면서 시작됐다. 재단은 이를 계기로 저작물 수입의 1%를 기부하는 ‘나눔의 책’ 사업을 펼쳤다. 작가는 인세의 일부를, 출판사들은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고 독자들은 인세 기부의 뜻을 담은 책을 구입하며 나눔의 선순환을 이루자는 취지였다.

신경숙 작가가 ‘바이올렛’(문학동네)과 ‘J이야기’(마음산책)의 인세를 기부하면서 사업이 본격화됐다. 애초에는 출판사의 권유를 받은 작가들이 알음알음 참여하다가 입소문을 타면서 참여 작가가 늘었다. 2010년 12월 말까지 나눔의 책 사업에는 190여명의 작가와 32개 출판사가 동참했고, 총 기부금은 1억5000만원을 넘었다.

이전에 작가나 출판사의 책을 통한 기부는 도서 현물 기증에 그쳤지만 나눔의 책 사업으로 인세기부 방법이 일반화됐다. 김용택 시인은 시집 ‘수양버들’의 인세 전부를 베트남 학교건축사업에 기부했고, 안도현 시인은 시집 ‘연어’의 100쇄 인세 전액을 재단에 전달했다.

나눔의 책 사업 외에도 작가들의 인세 기부 행렬은 이어졌다. 고정욱 동화작가는 자신이 펴낸 책 중 22종의 인세를 기부하면서 이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비야씨는 ‘그건 사랑이었네’의 인세 1억원을 아프리카 남부 수단의 식수사업을 위해 기부했다.

인세 기부가 정착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우선 인세는 저자와 출판사간 사적 계약으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통계를 내거나 공론화하기 어렵다. 또 기부를 할 만큼 넉넉히 인세를 받는 작가들이 많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인세 기부라는 단어가 어색하게 들릴 정도로 국내 작가들이 받는 인세가 매우 적은 게 현실”이라며 “인세 기부가 우리 사회에 정착되려면 우선 국민들이 좋은 책을 좀 더 많이 사고 읽어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