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임도경] ‘문화적 소통’이 정답이다

입력 2011-01-10 18:05


“다문화 정책은 서로 다른문화를 포용하는 마음으로 하나될 때 완성된다”

새해는 늘 많은 계획들로 분주하게 시작된다. 올해 정부에서 3조7000억원을 쓴다는 서민희망예산 3대 핵심과제인 보육, 교육, 다문화정책도 집행되기 시작했다. ‘다문화’가 등장한 것은 세상의 변화를 실감하게 한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이주민 100만을 넘어선 상황에서 다문화정책의 성공은 우리민족의 미래와 직결될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보다 앞서 다문화 현상을 경험한 외국의 사례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다양한 민족적 배경을 가진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했을 때,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으로 사회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이렇게 중요한 다문화 정책인데, 올해 지원의 핵심 대상이 다문화 가정에 국한된 건 아쉽다. 첫 번째 아쉬움은, 과연 정부가 보호해야 할 외국인 이주민에 다문화가족만 있느냐는 ‘형평성’ 문제이다. 또 한 가지는 다문화정책으로서 정부가 할 일이 그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일밖에는 없냐는 ‘방향성’ 문제다. 우선 형평성을 놓고 보자. 외국인 이주민 가운데 결혼이민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1.4%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거주자의 절반 이상(52%)을 외국인 근로자가 차지하고 있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 보면 결혼과 함께 영구정착하는 결혼이민자들과 노동을 위해 장·단기로 체류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배려가 똑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주류 한국인들과 함께 일정기간을 생활한다는 점에서 이 두 그룹이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별 차이가 없으리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문화정책의 방향성도 문제다. 애초 정부의 다문화정책은 결혼이주민 여성들의 인권보호와 함께 한국사회 연착륙을 돕는 데 집중됐다. 이들이 결혼해서 낳은 다문화 2세들이 증가하면서 다문화가정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책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지원책들이 얼마만큼 효과적인지 돌아볼 시점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펴낸 ‘다문화정책 발전 방향을 위한 한국대학생 다문화 의식조사’에는 의미 있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다. 한국정부의 다문화정책에 대해 만족한다는 외국인 이주민들 중 적지 않은 수가 한국인들의 차별 때문에 이 땅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또 다른 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있다. 지난해 주관성학회에 실린 ‘외국인 이주민이 본 한국과 한국의 이미지’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인종차별 의식 때문에 외국인 이주민들 역시 인종에 따라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 편차가 심하다. 인종차별을 받지 않는 백인종들은 한국인에 대해 대체적으로 호의적이었고, 그렇지 못한 유색인종들은 대부분 비호의적이었다.

이런 극단적 시각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있었다. 이런 연구결과들은 한국사회 주류 구성원들이 외국인 이주민들을 ‘한 가족’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착지원형 다문화정책은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제는 다문화정책의 핵심을 주류 한국인들과 외국인 이주민 전체를 ‘소통’시키는 차원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야 할 시점이다. 다른 다문화 국가들을 보더라도 이주민의 정착을 돕는 한편, 사회구성원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화합정책을 동시에 시행해왔다. 캐나다와 호주 등 대표적인 이민국들은 오랜 기간 갈등을 경험하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법적으로 차별과 불평등을 없애고, 상호 화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이제 주류 한국인과 외국인 이주민 간 ‘이해와 소통’을 이끌어내기 위해 더 고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각도의 상호 접근 프로그램을 더 확장해나가는 한편, 서로 직접적인 체험을 나누는 문화적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문화정책은 말 그대로 이질적 집단이 서로 다른 문화를 포용하는 마음으로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임도경 한국영상자료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