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변재운] 가축 대학살, 인간의 교만

입력 2011-01-10 17:37

광우병은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 사체로 만든 육골분 사료를 먹였기 때문에 생겨났다는 게 정설이다. 그냥 주면 먹지 않으니 가루로 만들어 식물성 사료와 섞어서 먹였다. 속여서 먹인 것이다. 육골분을 먹이는 이유는 살이 빨리 찌고 육질이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란다. 젖소는 육골분 사료를 많이 먹여야 젖이 잘 나온다고 한다. 인간의 욕심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것이다. 그리고 자연은 광우병이라는 보복을 안겨주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구제역이 계속 확산되면서 지금까지 살처분 규모가 134만 마리에 달했다. 동물 대량학살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참담하기 그지없다. 물론 우리나라 일만은 아니다. 대만은 1997년 구제역으로 360만 마리를, 일본 미야자키현에서도 지난해 28만9000마리를 살처분했다.

아무리 전염병이라도 이렇게 파죽지세로 번지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교통 발달로 이동속도가 빨라진 것을 이유로 든다. 이와 더불어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재앙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더 많은 육류를 더 빨리 생산하기 위해 욕심을 부리다가 파생된 문제라는 것이다.

사실 육류생산을 위한 가축 사육환경은 끔찍하다. 이는 농장이 아니라 공장이다. 대량생산을 위해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소와 돼지는 그 순간부터 일정한 틀에 갇혀 움직임을 극도로 제한받는다. 그리고 좋아하는 풀은 구경도 못한 채 옥수수 위주의 곡물사료를 먹는다. 이 모든 것이 작은 비용으로 빨리 살을 찌워 일찍 출하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움직이지 못하고 스트레스만 잔뜩 받으며 길러진 가축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나 면역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한 마리가 감염되면 순식간에 확산돼 집단 폐사한다.

지난해 방영된 SBS스페셜 ‘옥수수의 습격’ 편에는 특히 흥미로운 장면이 있었다. 평생을 고기와 유제품만 먹고 사는 몽골 유목민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한 결과 혈압과 콜레스테롤 등 모든 의학적 수치가 완벽한 정상이었다. 제작진은 해답을 초원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으며 자란 가축 사육환경에서 찾았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인간은 가축을 생명으로 보지 않는다. 공산품과 다를 바 없는, 그저 먹거리일 뿐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무지가 아니라면 교만이다. 좀 덜 먹더라도 자연에 순응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변재운 논설위원 jwb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