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순복음교회 새벽기도회 현장
입력 2011-01-10 16:26
[미션라이프] ‘기도회 40분 전 도착하면 충분하겠지’하는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10일 오전 4시20분, 1만2000석의 예배당은 이미 만석이었다. 자리를 잡지 못한 성도들은 성가대석에 오르고 강단 밑에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교회 주변 4차선 도로는 일렬로 늘어선 버스 때문에 네 겹짜리 ‘성벽’이 만들어졌다. 반경 1㎞는 자가용으로 주차장이 돼 버렸다. 세계 최대의 새벽제단을 쌓아 올리는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진풍경이다.
지난 3일부터 시작된 ‘신년축복 열두광주리 특별새벽기도회’에서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특유의 내러티브 설교로 갈라디아서 한절 한절을 곱씹으며 이신득의(以信得義, 오직 믿음으로 구원받음)의 기본 진리를 변증하고 있다. 영하 18도의 쌀쌀한 날씨에도 10만명의 성도들은 이른 새벽 야곱(창 28:18)과 모세(시 90:14), 다윗(시 5:3), 예수님(막 1:35)이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짖었듯 두 팔 벌려 간절히 기도했다.
오전 5시 정각이 되자 노랑색 넥타이 차림의 이 목사가 강단에 섰다. 그는 ‘하나님의 상속자’라는 설교를 통해 율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성도, 하나님의 자녀가 된 성도의 특권을 강조했다.
이 목사는 “우리는 구원받고 복 받은 인생이 되었는데 아직도 절망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하나님은 우리를 상속자 신분으로 높여주시기 위해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셨기에 주님을 나의 아빠 아버지로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예수를 믿을 때 성령을 주셔서 우리와 영원토록 함께 하신다”면서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상속자로서 주님을 믿고 의지하고 기도하자”고 말했다.
이 목사는 2차 대전이 종료된 사실도 모르고 필리핀 동굴에서 30년 간 은신해 있던 일본 군인, 알코올 중독 등 방탕한 삶을 살다 회심한 필립 얀시의 친구 등 다양한 예화로 ‘예수 안에서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얻는다’(갈 2:16)는 복음의 진수를 풀어냈다. 그때마다 성도들은 “맞아, 맞아” “아이고” “저런” “허참” “차아”하며 맞장구 쳤다.
사실 갈라디아서는 교회 속에 침투한 거짓 가르침을 비판하고 그것을 바로잡는 책이다. AD 50년 경 마게도냐의 거짓 교사들은 바울을 비난하며 종교적 규칙과 율법을 지켜야 구원을 얻는다고 가르쳤다. 이런 잘못된 사상을 막고자 바울은 사도의 권위를 보호하고 교인들에게 십자가 복음이라는 순수성을 제시하기 위해 갈라디아서를 저술했다. 훗날 마르틴 루터가 당대의 지배신학에 대항하고 16·17세기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이 일어날 수 있었던 비결은 갈라디아서와 로마서에 나타난 메시지 때문이다. 본문이 ‘기독교 자유의 대헌장(Magna Carta)’이라고 불렸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목사도 7차례 설교를 통해 구원이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며, 율법이나 다른 복음으로도 구원받을 수 있다는 율법주의자나 이단과 같은 ‘영적 도둑’을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은 율법시대가 아니라 은혜의 시대로 하나님을 인정하는 의로운 삶, 저주에서 해방돼 아브라함의 복을 누리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도전했다.
설교 후 성도들은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펼치고 있는 사랑과행복나눔 운동과 구제역 종결을 위해 중보기도 시간을 가졌다. 이 목사는 오전 6시가 넘도록 방언기도를 하며 기도회를 직접 인도했다.
서울 구로동에서 딸 이혜선(20)씨와 함께 참석한 조현경(43·여)씨는 “첫날부터 기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집에서 새벽 3시30분에 나오고 있다”면서 “율법과 복음의 관계를 분명하게 말씀해 주셔서 큰 은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열(49)씨도 “지난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회개한 뒤 믿음으로 새해를 시작하고자 기도회에 참석하고 있다”면서 “갈수록 깊어지고 은혜로운 이 목사님의 설교를 통해 하나님의 마음을 점차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는 “매일 본당과 13개 지성전, 11개 제자교회, 600개 개척교회, 인터넷을 통해 10만여명이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도회는 15일까지며, 인터넷으로도 생방송된다(fgtv.com).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백상현 기자 sh10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