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제역·AI 가축재앙 끝이 안 보인다
입력 2011-01-09 19:16
구제역 확산세가 멈출 줄 모르는 데다 잠잠하던 조류인플루엔자(AI)가 다시 고개를 드는 등 전국이 가축재앙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정부가 최후 방어선을 치기 위해 구제역 백신 접종을 확대하고 있으나 속수무책이다.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경북 안동발 구제역은 40여일 만인 9일 현재 살처분 대상 가축이 130만 마리에 육박한다. 살처분 보상금과 방역·예방접종 비용은 1조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파주 등 경기도 북부지역은 지난달 25일 안동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먼저 접종이 이뤄졌으나 살처분 농가가 오히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방역당국은 최초 백신 접종 이후 12일이 경과한 뒤 항체가 87.5% 형성돼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진정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실정이다. 백신 효용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충북 청원 축산농가에선 백신을 맞은 소가 구제역에 감염된 것으로 9일 확인돼 효용성 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1997년 초기 단계에서 백신 3000만개를 접종했으나 한 달 뒤 오히려 구제역이 전국으로 퍼진 대만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구제역 바이러스 혈청형이 7가지인데다 변이 가능성도 있어 백신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아울러 경북에서는 백신 접종 후 유산·사산한 소가 증가하면서 백신 부작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방역당국이 면밀한 조사를 통해 원인을 하루빨리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여기에 AI마저 충남 천안, 전북 익산에 이어 충남 아산, 전남 영암의 닭과 오리농장으로 확산돼 축산업 기반이 붕괴될 지경에 처했다. 축산농민들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가축을 산 채로 땅에 묻는 현장을 지켜본 농민과 공무원들은 환청 악몽 등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린다. 구제역 방역활동에 나섰던 공무원 2명과 군인 1명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이 모든 게 초동 대처에 실패하고 우왕좌왕한 정부의 책임임을 거듭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