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지 포퓰리즘에 발목 잡히나
입력 2011-01-09 19:19
정치권이 복지 보따리를 경쟁적으로 흔들어 대고 있다. 한나라당이 서민·중산층을 겨냥한 ‘70% 복지론’을 내놓자 민주당은 소득·자산에 관계없이 전 국민이 복지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보편적 복지론’으로 맞불을 놨다. 초·중등학교 무상급식 논란이 사회복지 전반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민주당이 제시한 무상의료, 대학 반값등록금은 한나라당의 무상보육, 영아 양육수당을 무색케 할 고강도 복지 주사다.
복지는 국가의 부(富)를 공정하게 나누는 일이다. 작은 과실(果實)을 나누면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다. 과실을 먹을 만하게 키운 뒤에 나눠야 비로소 제몫에 만족하는 법이다. 정치권의 복지론은 복지를 확대할 만큼 국가재정이 커졌다는 합리적 판단에서가 아니라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득표 전략에서 비롯됐기에 문제가 심각하다.
무상의료만 보더라도 시작해 놓으면 어떻게든 굴러갈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민주당은 연간 8조1000억원의 추가 건보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잡았지만 좌파 성향 의료단체 ‘하나로’는 12조원으로 계산했다. 고소득층에게만 보험료를 올려 받는 데는 한계가 있다. 추가 재원의 대부분은 국가재정에서 지원을 해야 하는데 이는 곧 고스란히 세금으로 돌아온다. ‘무상=공짜’로 생각하기 쉽지만 결국은 국민 개개인의 부담인 것이다.
‘공짜 복지’는 사회의 도덕적 해이를 부르고 국가 재정을 악화시킨다. 복지병에 걸려 있는 유럽 여러 나라를 보라. 그리스는 연금 때문에 국가부도에 몰렸고, 영국은 대학 등록금을 3배로 올렸다.
복지 포퓰리즘이란 장애물을 넘어야 지속적 성장을 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과도한 복지예산에 발목 잡혀 복지국가를 유지할 만한 경제성장에 실패하게 된다. 지금 주저앉아 복지 과실을 나누면 몇 년은 재미를 보겠지만 몇 십 년 뒤 자손에게는 빚덩이를 넘겨주기 십상일 것이다. 지금 정치인들의 복지경쟁을 보노라면 20세기 전반 세계 6위의 경제대국이던 아르헨티나가 복지 포퓰리즘에 사로잡혀 국가부도에 이른 전철을 밟을까 우려된다. 정치인들은 각성해야 하고 국민은 냉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