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중동 ‘큰손’ 부상… 증시, 외국인 판도 바뀐다

입력 2011-01-09 19:00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주식보유 비중이 늘어나면서 중국과 중동 국가들이 큰손으로 부상했다. 또 외국인들이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쓸어 담으면서 대형주 품귀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 상장주식 보유잔고는 2007년 말 325조원에서 지난해 말 368조원으로 13.2% 늘었다.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쳤다가 회복되면서 이탈했던 외국인 자금도 다시 들어온 셈으로 이 과정에서 외국인의 국가별 주식보유 판도가 달라졌다.

중국은 2007년 말 617억원에 불과했던 한국 주식 보유고를 지난해 말 3조원으로 대폭 늘렸다.

같은 기간 사우디아라비아 주식 보유고도 2조원에서 13조원으로 급증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쿠웨이트도 각각 4조원과 3조원에서 7조원과 4조원으로 늘리는 등 중동 국가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급부상했다. 미국 영국 룩셈부르크 등은 주식 보유고를 2007년 말 각각 133조원, 37조원, 24조원에서 지난해 말 150조원, 43조원, 28조원 등으로 다소 늘렸다.

문제는 최근 외국인들이 대형주를 매집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설 땅이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외국인과 연기금, 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의 유통 가능 주식비중이 3분의 1 수준인 32.14%에 불과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유통 가능 비중은 8.97%에 불과하고 호남석유화학은 9.95%에 그쳤다. 시총 1위인 삼성전자의 유통가능 비중은 26.79%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우선주의 경우는 외국인이 82.86%를 독차지하고 있어 유통 가능 비중이 17.14%에 불과하다.

새해 들어서는 외국인들이 코스피 1조267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역대 최장 기간인 19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는 등 한국증시 전반을 싹쓸이하는 형국이다. 특히 외국인들의 순매수 상위 1, 2위를 기아차(2405억원)와 현대차(2268억원)가 차지했다. 현대모비스도 470억원어치 외국인들이 매수하면서 순매수 상위 7위를 기록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