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모래알 조직… 당신들 사람도 아니다…” 이만의 장관 왜 뿔났나

입력 2011-01-09 20:25


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최근 간부회의에서 “이런 모래알 같은 조직은 처음 봤다”며 부하 직원들에게 크게 화를 낸 것으로 9일 전해졌다. 이 장관은 구내방송망을 통해 전 직원에게 생중계된 간부회의 화상을 통해 실국장들에게 “당신들은 사람도 아니다”며 쓴소리를 했다. 이 장관은 이어 실국장들에게 징벌적 의미를 담아 매달 한 차례 이상 국립공원 또는 환경 현안이 있는 현장을 방문하도록 지시했다.

이 장관의 부아를 돋운 직접적 원인은 환경부 직원들의 ‘개인주의’였다. 지난 연말 국장 2명이 잇따라 상을 당했는데도 주요 간부들이 빈소를 찾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개인주의가 아무리 만연했어도 모시던 사람, 함께 일하는 사람이 어려운 일을 당하면 당연히 돌아보는 것이 사람의 도리 아니냐”고 질타했다.

하지만 4대강 등 현안을 놓고 부 안에서 이견이 감지되는 것을 이 장관의 격앙된 발언을 부른 요소로 지목하는 시각도 있다. 환경부 과장급 간부들은 지난 연말 장관과 함께한 모임에서 “규제 부처로서 본연의 기능을 상실했다”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선두 지휘자가 없다”는 등 격정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정책이 4대강 사업을 중심에 둔 ‘저탄소 녹색성장’ 쪽으로 선회하는 것에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최근 국장급 승진·전보 인사가 겹치며 뒤숭숭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회의 내용을 지켜본 환경부 관계자는 “내년엔 선거가 예정돼 (이 장관이) 사실상 올해를 일할 수 있는 마지막 해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며 “흐트러진 모습을 다잡고 새 출발을 하자는 의미로 강도 높은 발언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힘없는 부처인 환경부에서 ‘없는 집안 우애라도 좋아야 한다’는 격언을 실천하려는 모양”이라며 “의견의 다양성을 중시하기보다 장관 중심으로 4대강 사업을 잘 마무리하자는 신호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