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역병 온나라 신음] 동시다발 살처분에 묻을 땅 부족…산림청 “국유림 제공하겠다”

입력 2011-01-10 00:22

사상 최악의 구제역이 확산되면서 가축을 묻을 땅도 부족할 지경이다. 전방위 확산으로 첫 구제역이 발생한 지 40여일 만에 살처분해야 할 가축 수가 128만 마리를 넘어섰다. 침출수 등에 따른 2차 오염문제도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살처분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조류 인플루엔자(AI)까지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각 지자체는 매몰 장소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급기야 산림청은 국유림을 매몰지로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묻을 땅이 없다”=9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구제역에 걸린 가축을 매몰하는 장소는 까다로운 규정을 거쳐 선정된다. 매몰지는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발생 농가로부터 500m를 벗어날 수 없다. 또 집단가옥이나 수원지·하천·도로에 인접하지 않고 사람·가축 접근을 제한할 수 있는 곳, 농장부지 등 매몰대상 가축이 발생한 장소, 국공유지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가축을 묻은 곳은 3년 동안 경작, 발굴, 건축 등 토지를 활용하는 모든 행위가 금지된다.

문제는 살처분이 동시다발로 이뤄지면서 이런 규정에 맞는 장소를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살처분 대상 가축(소·돼지·사슴·염소) 128만2345마리 가운데 살처분이 끝난 것은 106만8470마리에 그치고 있다.

충북 음성 호산리 돼지농장의 경우 지난 5일 의심신고가 들어온 뒤 6일 양성으로 판정됐지만 7일에야 살처분이 이뤄졌다. 발생 농장 돼지 2만여 마리에다 인근 농장 소·돼지 1만200마리 등 3만여 마리를 묻을 장소를 찾지 못해서였다. 경기도 파주·고양 등지에서는 구제역 발생 축사 인근에 매몰지가 충분하지 않은데다 주변 마을 주민 반발까지 커 애를 먹고 있다.

매몰지는 두께 0.1㎜ 이상으로 이중비닐을 깔고 생석회를 뿌린 뒤 복토를 한다. 침출수 배출용 관을 설치하고 침출수를 따로 저장하는 장치도 해야 한다. 하지만 비닐이 찢어지거나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례가 속출하면서 악취, 수질오염 등 2차 오염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졌다.

상황이 심각하자 산림청은 국유림을 제공하기로 했다. 정광수 산림청장은 지난 6일 긴급회의를 열고 각 지자체가 요청하면 국유림 사용허가, 대부계약 등을 신속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AI마저 확산 조짐…피해규모 1조1000억원대 육박=지난달 31일 충남 천안과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AI는 한동안 주춤하는 듯하다가 5∼9일 전남 영암 지역에서 4건이 발생하면서 빠른 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구제역 청정지역인 전남은 ‘AI 몸살’을 앓게 된 것이다.

AI에 따른 직접 피해액은 아직 50억원대에 그치고 있다. 살처분한 닭·오리는 44만여 마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AI가 호남과 충청지역 전체로 번지면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이미 구제역에 따른 살처분 보상금 등 직접 피해액은 1조원대에 이른다. 여기에 예방접종·방역 비용까지 포함하면 1조1000억원대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