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계파 줄 서는 정치인 불이익”

입력 2011-01-09 18:35


한나라당이 상향식 공천의 기치를 내걸고 공천제도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 공천제도개혁특위는 9일 국민지향 공천, 객관적 평가지수를 통한 공정 공천, 공천관리위 신설 등을 골자로 한 공천개혁안을 발표했다.

나경원 공천제도개혁특위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공천권을 계파 보스가 아니라 국민에게 돌려주지 않는 한 정당이 국민 신뢰를 받기 어렵다”며 “앞으로 계파 보스에 줄 서는 정치인에게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혔다. 밀실 공천, 계파 간 나눠먹기 등의 관행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위 개혁안은 계파 보스와의 친소 관계에 의한 공천을 배제하기 위해 객관화된 평가지수를 도입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현역의원의 지역·의정활동 등을 평가하고, 신인 정치인은 인지도·경쟁력 등을 점수화한다. 이를 토대로 지역별로 경선 후보군을 3인 이내로 압축한다. 비례대표 후보자는 당 기여도, 전문성 등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아울러 하향식 공천의 상징이었던 공천심사위원회를 폐지키로 했다. “공심위가 그동안 계파 대리인들의 협의체로 운영돼 왔다”는 게 그 이유다. 대신 공천관리위를 구성하되 위원의 절반은 공개모집 형식으로 채우기로 했다.

역선택 등 외부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을 고려, 야당과의 동시 경선도 제안했다. 나 위원장은 “공천 개혁은 한나라당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여야가 동시에 경선을 하자”고 했다. 또 경선에 대한 당내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취약·전략 지역에는 경선을 실시하지 않고, 여성·장애인 후보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도입했다.

이번에 발표된 공천 개혁안을 놓고 당내에서는 취지에는 동감하나, 실현 가능성은 회의적이라는 반응이 많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기득권과의 싸움이라는 측면에서 개혁안 자체가 명분이 있다”며 “하지만 쉽게 무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해진 의원도 “의원 개개인은 당내 소수가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데에 불만이 많다”면서도 “과연 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이 공천권을 내놓겠느냐”고 반문했다.

당 지도부와 유력 대선 주자 측은 더욱 신중한 모습이다. 차기 총선 공천 때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향후 논의 방향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핵심 당직자는 “특위 개혁안을 가지고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 친박근혜계 의원은 “특위 개혁안은 당내 협의를 거치지 않은 초안”이라며 “의원총회를 열어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