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손학규 대표 취임 100일… 한나라 꼬리표 떼기 일단 성공

입력 2011-01-09 21:12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0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지난해 10월 3일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은 후 그는 제1 야당 지도자로서 험난한 통과의례를 거쳤다.

4대강 사업과 민간인 불법사찰, 무상급식 논란 등 기존 정치권 이슈는 물론 청원경찰 입법로비 의혹, 북한의 연평도 무력도발 등 취임 이후 잇단 대형 사건 속에서 그는 야권의 선봉으로 정부 여당을 맹렬하게 비판하며 비교적 선도(鮮度) 높은 야성을 발휘했다. 특히 한나라당의 예산안 기습처리 이후 더욱 강도 높은 대여 투쟁노선을 천명해 지금까지도 장외에서 칼바람을 맞고 있다.

취임 이후 강행군을 통해 손 대표가 얻은 건 투사적 면모의 부각과 한나라당 꼬리표 떼기다. 2007년 3월 19일 자신의 정치적 모체였던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이 길이 죽음의 길인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눈물까지 뿌렸던 그였지만 신한국당 및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태생적 시비를 해소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대표 취임 이후 과거의 족쇄에서 벗어나 당의 구심점으로서 일정한 궤도에 올랐다는 게 안팎의 대체적 평가다. 당내 계파별 노선 갈등을 최소화하며 현안을 무난히 조율해 당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해 왔다.

그러나 부정적 평가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유력 대선후보로서 지지기반이 너무 취약해 당 간판으로서의 위상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새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는 여전히 5∼8%대 지지율에 머물러 있다. 같은 야권 내 경쟁자인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못 미치고 때로는 한명숙 전 총리에게도 떨어지는 수준이다.

손 대표 취임 이후 민주당이 딱히 나아진 게 뭔지 모르겠다는 혹독한 비판도 존재한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9일 “손 대표가 100일 동안 열심히는 했다. 그런데 지지율이 오르고 있지 않다. 아직도 국민들이 그를 야권 지도자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른 의원은 “진보적 성향 의원이나 친노 그룹 등은 아직 손 대표의 정체성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서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을 정리하고,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래서 손 대표에게는 올해 상반기가 중요하다. 특히 4월 재·보선에서 야권 연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견인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느냐가 관건이다. 그는 전당대회 수락연설 당시 “맹호출림(猛虎出林)의 기세로 이명박 정부를 제압하는 호랑이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역설했다. 손 대표가 갈 길은 아직 한참 먼 것으로 보인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