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인사-국민정서 ‘충돌’… 내정→논란→사퇴 되풀이
입력 2011-01-09 21:45
이명박 정부 ‘인사 잔혹사’… 왜
이명박 정부의 ‘인사 잔혹사’가 되풀이되고 있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외교와 경제 분야에서는 성과를 내고 있으나 인사에서만은 ‘내정→논란→사퇴’ 수순이 연례행사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9일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 인선 기준 자체가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현 정부 인사는 2008년 첫 조각부터 어그러졌다. 남주홍 통일, 박은경 환경,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논란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낙마했다. 임기 2년차인 2009년 7월에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내정 23일 만에 사퇴했다. 스폰서 의혹, 국회 인사청문회 거짓 답변으로 도덕성 검증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당시 민정수석이던 현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부실검증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청와대는 그해 8월 조직 개편을 통해 인사기획관 자리를 신설했다.
지난해에는 ‘8·8개각’이 문제였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과 거짓말 논란 등이 겹쳐지며 여론이 악화된 탓이었다. 청와대는 다시 인사 시스템 개선안을 내놓았다. 자기검증서 200여개 항목 작성, 청와대 자체 모의청문회 실시 등이다.
하지만 임기 4년차를 앞두고 지난 연말 전격 실시된 인사마저 도마에 오른 상태다. 청와대는 “대부분 다 검증했다”고 자신했지만 정동기 후보자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를 향한 국민들의 시선은 갈수록 싸늘해지는 분위기다.
이와 같은 이명박 정부의 인사 실패 사례를 살펴보면 공통점이 발견된다. 우선 청와대 기준과 국민정서 간 괴리가 심각할 경우 인사청문회 통과가 쉽지 않다. 현행법상에는 문제가 없지만 이른바 ‘국민정서법’에 걸리면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례로 이재훈 전 후보자의 쪽방촌 투기 의혹은 사전 검증에서 확인된 부분이었다. 청와대는 ‘노후대비용’이라는 이 전 후보자의 설명을 그대로 인정하고 넘어갔지만 여론은 용납하지 않았다. 정동기 후보자가 법무법인으로부터 받은 ‘7개월간 7억원 급여’ 역시 사전에 확인된 문제였으나 현재와 같은 거센 논란은 예상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또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거나 측근 인사들이 중도 탈락한 사례도 적지 않다. 김태호 전 후보자와 신재민 전 후보자 등이 대표적인데 청와대 인사검증팀이 대통령 눈치를 보다 검증을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국회의원 입각은 실패한 전례가 아직 없다. 전재희 이달곤 주호영 임태희 최경환 이재오 유정복 후보자 등 7명은 큰 잡음 없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의원들의 경우 이미 유권자의 심판을 받았다는 점에서 관료 출신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결격사유가 적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