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통도 “남북회담하자” 잇단 대화공세 왜… 대북 압박 고삐 늦추기·경제난 탈출 ‘두토끼’ 잡기

입력 2011-01-09 18:29

북한의 잇단 대화 제의는 대화 의지를 과시해 국제사회의 압박을 피하는 동시에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의 제의가 북핵 등 주요 의제를 뺀 채 적십자 회담을 비롯한 경제 교류 협력에 집중돼 있어 진정한 대화 의도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9일 “지난 수십년간 북한의 핵 개발 역사 속에서 국제적인 제재가 이렇게 오래 지속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며 “경제난, 권력승계 과정 등을 감안할 때 북한 여건이 좋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여건을 타개하기 위해 북한이 택한 카드가 대화 공세라는 해석이다. 실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공개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은 날로 싸늘해지고 있다. 여기에 19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마저 대화를 종용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대화의지를 대외에 표명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제안대로 적십자회담 등이 개최되면 남북 경제협력 재개를 통해 경제난 해소도 꾀할 수 있다. 지난해 9·28 당대표자회의를 통해 김정은을 후계자로 공식화한 북한 입장에서는 ‘2012년 강성대국’ 달성 목표가 1년밖에 남지 않은 만큼 외부로부터의 경제적 도움이 절실하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리가 북한의 제의에 응하든, 응하지 않든 북한으로선 손해볼 것이 없는 상황”이라며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따른 국제사회의 일방적 비난을 피할 수 있는 전략적인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 내부의 여론 분열을 꾀할 수 있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지만 우리 사회 내 진보와 보수 세력 간에 대화 재개를 둘러싼 논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사히 신문은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앞당기기 위한 몸부림으로 분석했다. 이 신문은 이날 “내년에 고(故)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는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체제 문제를 포함한 정치적 안정을 위해 미국과의 관계개선 필요에 쫓기고 있고, 남한과의 대화를 통해 심각한 식량난을 완화하기 위한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북한의 대화 공세는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미국과 중국에 전향적 자세를 보이면서,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 행동을 요구하는 미국을 누그러뜨리려는 포석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전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