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 브로커 유씨 왜 입 열었나… ‘공들인 인사’들 외면에 불만 폭발
입력 2011-01-09 20:06
‘함바’(건설현장 식당) 비리 사건의 핵심인물인 브로커 유모(65·구속기소)씨가 자신에게서 금품을 받았다는 고위직의 이름을 쏟아냄에 따라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9일 유씨가 2008년 건설 경기 악화로 함바 운영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업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데다 공들여 관리한 인사들이 잇따라 등을 돌리자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고 진술을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검찰 수사 대상으로 회자되는 인사들은 “한두 번 만났을 뿐 개인적 친분은 없다”며 유씨와 거리를 두고 있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은 지난해 8월 유씨에게 4000만원을 주면서 해외도피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 입장에서는 강 전 청장의 제안이 일종의 ‘꼬리 자르기’로 보였을 수 있다.
수감 중인 유씨는 당뇨, 고혈압 등 지병이 심해지자 검찰 수사에 협조해 보석으로 풀려날 계획이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유씨는 지난 6일 보석 신청이 기각되자 더욱 자포자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유씨가 특정지역 인맥을 전략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씨가 거론한 인사들의 출신지나 근무지는 전남 부산 인천으로 압축된다. 전남 목포 출신 유씨는 동향 인사를 통해 부산에서 주요 인맥을 만들고 이를 발판으로 건설현장이 집중된 인천 등 수도권으로 진출했다는 설명이다.
전남 순천 출신 박모 치안감은 유씨가 경찰 고위직 인맥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했다. 수사 대상으로 알려진 김병철 울산경찰청장은 2005년 부산경찰청 차장 시절 부산청장 출신 박 치안감 소개로 유씨를 만났다. 유씨가 함바 운영권을 받도록 알선한 혐의를 받는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은 박 치안감과 순천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김 청장과 함께 연루 의혹을 받는 양성철 광주경찰청장은 유씨와 같은 목포 출신이다. 유씨로부터 1억5000만원이 동생 명의 계좌로 입금된 전 농림부 장관 L씨는 고향이 광주다.
유씨는 2003년 8월 급식업체 W사를 설립하고 부산에서 주로 활동했다. 유씨가 김 울산청장을 만나고 경남 통영의 문화단체에 1억원을 기부한 때다. 강 전 청장과 김중확 전 경찰청 수사국장도 부산청장 출신이다.
유씨는 이 인맥을 발판 삼아 송도국제도시 개발 등 사업 호재가 몰린 인천으로 진출했다. 강 전 청장과 이 전 해경청장이 수장을 지낸 해양경찰청 본청은 인천에 있다.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전직 경찰 간부들은 인천에서 일선 서장을 지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은 이날 형사6부 소속 검사 4명으로 구성된 수사팀에 형사2부와 5부에서 1명씩 검사 2명을 추가 투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