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정부, 북측의 잇단 대화 제의 대응 어떻게
입력 2011-01-09 21:43
‘北 진정성’이 핵심…역제의 검토
새해 들어 북한의 대화 공세가 잇따르자 우리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 내에서는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일방통행 식 발표’라는 평가가 아직 우세한 편이지만, 마냥 모른 척하다간 국제사회에 대화를 거부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인택 장관을 비롯한 통일부 주요 간부들은 9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로 출근해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발표한 대변인 담화를 놓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전날 조평통은 남북 당국자 회담 개최를 공식 제안하는 동시에 적십자 회담과 금강산관광 재개 회담, 개성공업지구 회담을 1월말이나 2월 상순 개성에서 열자고 제의했다.
대남 비방만을 일삼던 조평통이 대화를 제안한 것은 1989년 4월 고(故) 문익환 목사 방북 때 발표한 공동성명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1일 신년공동사설이나 5일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 등에 비해 구체성을 띠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정부 내부에서는 침묵이 능사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 당사국들이 ‘선(先) 남북대화, 후(後) 6자회담’에 동의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어떤 식이로든 구체적인 ‘액션’을 취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생각하는 대응 시나리오는 크게 2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우선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사건, 북핵 문제를 남북 당국자 회담의 주요 의제로 삼는다는 조건으로 북한에 역제의하는 방안이다.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면 좋고, 거부할 경우 북한의 제안에 진정성이 없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남북대화가 재개될 경우 천안함·연평도 문제와 함께 비핵화라는 핵심적 의제가 논의돼야 한다”며 “남북 간에 핵문제를 논의하지 않는 것은 난센스”라고 밝혔다.
또 다른 방안은 적십자 회담의 우선 수용이다.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이 적고, 지난해 11월 25일 회담이 예정됐다가 이틀 전 터진 연평도 포격 도발로 우리 정부가 먼저 연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당장 대화 재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북한의 진정성이 확인되지 않았고, 이르면 이번 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제재 논의도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 당국자는 “(남북대화보다는) 안보리 UEP 문제가 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조평통 발표를) 공식 대화 제의로 보기 어렵다”며 “북이 대화의지가 있다면 정부 채널로 구체적인 제의를 해야 할 것인데 그런 게 없다”라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