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대 남성, 女 하원의원 향해 권총 난사
입력 2011-01-10 00:19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쇼핑센터에서 8일 오전 10시쯤(현지시간) 20대 남성이 연방 하원의원을 향해 권총을 난사하는 사건이 발생해 미국이 충격에 휩싸였다.
연방지방판사를 포함해 6명이 숨지고 민주당의 가브리엘 기퍼즈(40·여·애리조나주) 연방 하원의원 등 13명이 다쳤다.
◇극심한 정치적 분열이 원인?=미 언론에 따르면 기퍼즈 의원은 쇼핑센터 내 식료품점인 세이프웨이 앞에서 유권자들과의 만남 행사를 하던 중 피격됐다. 범인이 쏜 총탄은 기퍼즈 의원의 관자놀이를 뚫고 들어가 이마 쪽으로 관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퍼즈 의원은 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았다. 사망자 중엔 존 롤(63) 연방지방판사, 기퍼즈 의원 보좌관인 게이브 지머맨(30), 9세 소녀 크리스티나 그린이 포함됐다. 부상자 가운데 5명이 중태여서 사망자가 늘어날 수 있다.
범인은 전과가 있는 제러드 리 러프너(22)로 확인됐으며, 9㎜ 글록 권총을 난사한 뒤 달아나다 주민들에게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은 기퍼즈 의원을 노렸다”며 “그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라고 말했다. 경찰은 공범으로 추정되는 다른 한 명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감시카메라에 포착된 것으로 용의자는 머리색이 검고 청바지와 감청색 재킷을 입은 40∼50대 백인이다.
러프너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 등에 토요일(8일)이 자신의 마지막 날이 될 거라고 말하는 영상물과 함께 문맹률에 대한 불만 및 금본위 화폐제 실패 등에 대한 글을 남겼다고 폭스뉴스가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를 ‘은둔형 외톨이’라고 표현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사건 직후 TV로 생중계한 특별성명을 통해 “형언할 수 없는 비극”이라고 개탄했다. 하원은 오는 12일 공화당 주도로 추진하려던 건강보험개혁법 폐지안의 본회의 표결을 연기하기로 했다.
애리조나는 지난해 이민법 논란 등을 통해 ‘미국 정치적 분열상의 그라운드 제로’로 부각되는 등 그 극심한 정치적 대립상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분노와 증오를 부추기는 분열된 정치 풍토가 비극을 불렀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스타 의원 기퍼즈=3선의 기퍼즈 의원은 지난해 초 건강보험개혁법안 표결 때 찬성했으며 이후 수차례 협박을 받았다. 그의 사무실에 누군가가 돌을 던져 유리창이 깨지는 사건도 있었다. 미 언론은 건강보험법 처리와 관련된 테러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보수 성향이 강한 애리조나주에서 최연소 주상원의원 기록을 갖고 있는 그는 남서부 정치권의 ‘떠오르는 별’로 불린다. 폭넓은 의정활동으로 인해 공화당도 ‘똑똑한 에너자이저 토끼’라고 평가할 정도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