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잡느냐, 성장이냐… 韓銀의 선택은
입력 2011-01-09 20:01
정부 당국과 한국은행의 물가 대책이 이번 주 정점을 이룬다. 경제 부처 수장들이 개각 이래 처음으로 참석하는 경제금융점검회의가 10일 청와대 서별관에서 열리는 데 이어 13일에는 정부의 물가대책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이 동시에 시장에 나온다.
물가와의 전쟁이 전방위로 진행되는 모양새지만 정부와 한은의 대응 강도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정부가 각종 물가 억누르기로 대책을 주도하는 반면, 물가안정이 주 역할인 한은은 정작 금리인상을 한 템포 늦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5% 성장, 3% 물가’의 딜레마인 셈이다.
가격억제 등을 통해 일찌감치 정부의 물가대책 밑그림이 그려졌다면 13일 새해 첫 통화정책 방향을 통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대응 방향은 다소 불투명하다. 통상적으로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면 금통위가 금리를 올려 인플레 심리를 억제하는 것이 수순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이성권 신한금융투자 선임연구위원은 “인플레 기대심리가 높아지면 정부가 여러 행정조치들을 취한다하더라도 정책 효과가 작동하기 어렵다”며 이달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 예측은 아직까지 시장에서는 소수의견에 머물러 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물가를 강조할수록 오히려 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바로 정부가 물가안정 못지않게 ‘5% 고성장’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 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여당이 물가안정대책 당정회의에서 제안한 ‘원화절상 및 금리 정상화’안에 대해 일자리 문제 등을 들며 난색을 표한 바 있다. 대우증권 윤여삼 선임연구원은 “물가 부담이 있지만 가계 부채 문제도 만만찮은데다 올해 국내 경기둔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더구나 이달 기준금리 결정일에 정부는 물가종합대책을 발표한다. 상당수 금융권 관계자들은 “물가대책발표와 기준금리 결정을 같은 날에 함으로써 정부가 한은에 ‘물가는 우리가 책임지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 정책에 순응해(?) 온 ‘김중수호’ 금통위의 전례도 금리 동결 의견이 우세한 이유다. 금융연구원 장민 국제거시금융연구실장은 “정부가 5% 성장을 내세우는데 한은이 금리를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해에도 금통위가 (정부의 부동산 대책 등이 나올 때) 알아서 동결했다”고 꼬집었다.
이성권 연구위원은 “13일 금리 결정이 한은이 독립성을 갖고 시장에 제대로 된 메시지를 줄 수 있는지 여부를 가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