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된 최태지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발레학교 만들어 질적 수준 높여야”

입력 2011-01-09 17:41


최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최태지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언제나처럼 활기찬 모습이었다. 지난해 말로 3년의 임기를 마쳤던 그는 연임에 성공해 앞으로 3년 더 발레단을 이끌게 됐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6년간 국립발레단장을 맡았던 기간을 포함하면 총 12년 동안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직을 수행하는 셈이다. 국립발레단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수장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오랫동안 한 자리에 있으면 매너리즘에 빠질 만도 하지만 최 예술감독은 이제 막 부임한 사람처럼 많은 일을 계획 중이다. 국립발레단은 2009년 81회, 지난해 123회의 공연을 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 곳곳을 누비며 발레 대중화에 앞장섰고, 지난해에는 러시아 볼쇼이극장과 마린스키극장에서 공연을 하며 한국발레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지난 3년이 너무 바쁘게 정신없이 지나갔다”고 말하는 그는 앞으로 3년 동안 가장 우선적으로 할 일로 발레학교 설립을 꼽았다.

최 예술감독은 발레학교 설립이 “한국 발레 무용수들의 전체적인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입시와 콩쿠르 중심인 현재 발레 교육 시스템에서는 테크닉이 뛰어난 무용수를 배출할 수는 있지만 작품을 제대로 해석하고 음악을 느끼는 무용수를 키우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들 자신이 최고라고 여기며 자라온 탓에 군무에 배정되거나 주역을 맡지 못하면 금방 포기한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국립발레단 산하에 발레학교가 생기면 기존 학교들이 위기감을 느낄 수도 있다. 최 예술감독은 “밥그릇 싸움을 하자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양과 질을 늘리자는 것”이라며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립발레단은 올해도 새로운 해외진출을 꿈꾸고 있다. 최 예술감독은 “올해는 이탈리아와 미국 뉴욕 공연을 추진 중이다”고 밝혔다. 그는 “‘백조의 호수’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고전 발레는 세계 어디에 가도 국립발레단의 수준이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글 김준엽·사진 김지훈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