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 오이디푸스… 열린무용! 편견을 깬다
입력 2011-01-09 17:42
재단법인으로 새 출발하는 국립극단이 ‘오이디푸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지난해 새로 창단된 국립현대무용단도 1월 말 창단 공연을 통해 관객에게 처음 모습을 공개한다.
◇오이디푸스의 재해석=극단 물리 대표이자 국립극단 상임연출가인 한태숙이 ‘오이디푸스’의 연출을 맡는다. 그는 오이디푸스가 영웅이 아닌 오늘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남자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작가인 소포클레스가 쓴 ‘오이디푸스’는 아버지에게서 버림받은 한 남자가 결국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에 올라 어머니와 결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눈을 뽑아버리고 스스로 왕국을 떠난다. 햄릿과 더불어 서구 비극의 대표적인 인물로 표현되는 오이디푸스는 영웅성과 비범함을 갖춘 인물로 그려졌다. 한태숙 연출은 “한치 앞도 모르는 운명 앞에서 결국 인간은 모두 대낮에 눈 뜬 장님과도 같은 존재”라면서 “오이디푸스를 비범한 영웅이 아닌 평범한 인간으로 그려내 보편성 감수성과 현대성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레이디 맥베스’ 등에서 한 연출과 호흡을 맞춰온 오브제 연출가 이영란은 10m 높이의 벽에 분필로 벽화를 그리는 작업을 한다. 이상직 정동환 박정자 서이숙 등 연기파 배우들이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단은 ‘오이디푸스’를 시작으로 모든 공연을 레퍼토리화 할 계획이다. 5월에는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다룬 ‘푸른 이끼’(가제)를 공연하고 8월에는 최인훈 작가의 ‘한스와 그레텔’을 무대에 올린다. 10월에는 명동예술극장과 함께 배삼식 작가와 김동현 연출이 만드는 ‘이장’을 공연하고 11월에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하나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손진책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과거 국립극단이 연극 마니아를 위한 집단이었다면 앞으로는 모든 국민에게 찾아가는 국립극단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오이디푸스’는 20일부터 2월 1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02-3279-2233).
◇관객과 함께하는 현대무용=지난해 8월 창단한 국립현대무용단은 국민을 향해 열린 현대무용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홍승엽 예술감독은 “일반 관객이 충분히 신뢰하고 안심하며 볼만한 작품만 올릴 것”이라며 “무용인에게 평가받을 생각 없다. 창단 공연에 무용인 안 와도 상관없다. 일반 관객이 한 명 더 오는 게 더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홍 예술감독은 공학도 출신으로 늦은 나이에 무용가로 변신해 1993년부터 무용단 ‘댄스시어터 온’을 이끌어 온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창단 작품으로 선보일 ‘블랙박스’는 ‘데자뷔’, ‘달 보는 개’ ‘아큐’ 등 홍 예술감독의 작품 8개에서 모티브를 얻어 새로 창작한 작품이다. 홍 예술감독은 “스토리를 읽어내려 하기보다 보이는 이미지들를 사람마다 각자의 스타일로 이해하고 느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전속 단원 없이 공연마다 오디션을 통해 무용수를 선발한다. ‘블랙박스’에는 23명의 무용수가 출연한다.
관객에게 문턱을 낮추는 차원에서 ‘블랙박스’는 전 좌석 1만원에 판매한다. ‘블랙박스’는 29일과 30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02-3472-1420).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