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초대석] 한기총 대표회장 당선자 길자연 목사
입력 2011-01-09 19:19
“22세 한기총, 감동으로 사회 바꿀 수 있어야 젊은 목회자 그룹 포용, 신·구 조화 이루겠다”
지난해 12월 21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는 이전투구 같은 과정에 비해 매우 싱겁게 끝났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자칫 후보 자격 박탈 가능성까지 있었던 한기총 명예회장 길자연(왕성교회) 목사가 실행위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2003∼2004년에 이어 세 번째 한기총을 이끌게 된 길 목사는 6일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선관위의 초법적 행동으로 인해 악조건 속에서 이번 선거를 치러야 했기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위장까지 안 좋아졌다”면서 이번 선거 과정이 결코 녹록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길 목사는 “하지만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면서 “대신 페어플레이가 아닌 편법이 난무하는 선거를 더 이상 한기총에서 찾아볼 수 없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선거기간 중 적잖은 마찰을 빚었던 인사들과도 더불어 더 나은 미래 방안을 도출해 나갈 것이라며 탕평책을 통해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한기총은 창립 22주년을 맞이하는 기관답게 권모술수나 부끄러운 행동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자정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하지만 서두르지는 않을 겁니다. 공정성, 효율성, 투명성, 합리성을 기반으로 최적의 공통분모를 찾아내 촘촘히, 세밀하게 실천해 나갈 것입니다.”
길 목사는 토끼의 큰 귀를 예로 들어 앞으로 추진할 일을 설명했다. “토끼의 큰 귀는 잘 듣기 위한 게 아닙니다. 청각에서는 토끼가 개보다 못합니다. 토끼의 큰 귀는 체온조절을 하는 데 유용합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토끼의 큰 귀를 경청을 더 잘하겠다는 의미로 사용합니다. 저는 이처럼 잘못된 선입견을 바꿔 나가겠습니다. 즉, 우리 안에 있는 편견과 오해, 이로 인한 불신과 대립을 해소해 나갈 겁니다.”
한기총을 강하면서도 따뜻한 복음 선포의 디딤돌이자 냉철한 이성과 합리적인 논리, 철학으로 무장시키는 동시에 감동을 줄 수 있는 연합운동의 실체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다. 다수 의견의 온도를 기록하는 온도계에 만족하지 않고 사회의 온도를 바꾸고 조절하는 온도계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길 목사는 선거전에 내건 ‘공약’을 임기 내 완성하겠다는 지나친 의욕보다는 기초석을 반듯하게 놓아 ‘공약(空約)’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길 목사는 세대교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젊은 목회자 그룹에 인정받지 못하면 온전히 연합기관이라 할 수 없어요. 기존 회원들과 미래 세대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한기총을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분위기를 일신하려 합니다.” 한기총에서 권위주의를 거둬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단 대표회장실을 회의실로 바꾸고 대표회장 직무실을 총무실로 이전하겠다고 했다. 기존 사무총장실을 총무실로 대치할 것이라고 했다.
길 목사는 ‘정교유착’은 결코 없을 것이지만 다변화사회에서 교회가 선지자적,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야 하는 책무가 있기 때문에 ‘불가근불가원’ 원칙 속에서 지혜롭게 처신해 나가면서 추락한 한기총의 위상을 얼마든지 회복시킬 수 있다고 했다.
“저는 좌파를 무조건 반대하지 않습니다. 우파나 좌파가 기독교 입장에서는 모두 전도의 대상입니다. 온 국민이 불안스럽게 이 사회를 쳐다보지 않도록 교회는 나라와 민족의 안녕에 기여해야 합니다. 한기총은 약자를 돕고 사회의 그늘진 곳을 찾아갈 것입니다.” 길 목사는 “대규모 집회는 지양하되 국민과 성도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한기총 조직 축소보다는 기존 조직의 활성화에 더 치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당한 협의 과정 없이 대표회장이나 임원들의 밀어붙이기식 결의나 집행은 앞으로 없을 것입니다.”
논란이 됐던 처치 스테이 공약과 관련, 길 목사는 한국교회가 처치 스테이로 정부의 재정을 지원받겠다는 식으로 외부에 알려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처치 스테이가 템플스테이에 대응하기 위한 단순 논리가 아니라고 했다. “처치 스테이는 기독인이나 비기독인이나 하나님의 말씀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하기 위한 문화적 접근입니다. 일종의 ‘기독교 신앙의 문화화’라고 할 수 있죠. 역사성 있는 교회와 지역, 기도원을 활용하자는 겁니다. 예를 들어 2박3일 또는 4박5일 기도원 등에서 성경을 비롯해 우리의 기독교 역사 및 영성 등에 대한 선 이해를 갖게 한 뒤 기독교 유적지를 돌아보는 것도 일종의 처치 스테이입니다.”
길 목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2013년 부산총회와 관련, “WCC총회를 유치한 교단 중 하나인 예장 통합 인사들도 공감하듯이 WCC가 혼합주의 성격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회로 승화시켜 나가면 좋겠다”고 했다. 한기총 내 WCC대책위원회가 특별위원회로 구성되겠지만 이는 반대를 위한 게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세계복음주의연맹(WEA) 2014년 총회에 대해선 “제프 터니클리프 WEA 대표 등과 핫라인을 구축할 것”이라며 “만일 우리 측이 받아들이기 곤란한 문제 인사가 있다면 WEA 측에 우리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대회가 잘 준비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 말미에 “과거와 달리 사회적 요구가 다양해져 두렵고 떨린다”며 “하나님보다 더 앞서서 생각하거나 행동하지 않도록 그동안 ‘기도목회’를 해온 것처럼 모든 일에 기도를 최우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