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전시] 눈 덮인 산과 낙산 앞바다… 권부문 ‘산수와 낙산’ 사진전
입력 2011-01-09 17:33
눈 내린 설산(雪山)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해안에 하얗게 눈이 쌓인 겨울 바다는 또 어떻고.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12일부터 2월 27일까지 ‘산수와 낙산’이라는 타이틀로 전시되는 권부문(56)의 사진은 한 폭의 산수화 같다. 강원도 일대의 산 풍경 중에서도 눈이 내린 설경을 담은 ‘산수’ 연작은 관람객들에게 원초적인 자연 이미지를 선사한다.
현대 사진 기술로 인화할 수 있는 가장 긴 길이라는 가로 5m의 대형 화면에 자연 그 자체를 명징하게 담아낸 작품은 선명한 디테일로 초현실적이면서 장엄하기까지 하다. 본관에 걸린 ‘산수’ 연작 12점은 수묵 회화를 닮았다. 그는 “물론 회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산수화라는 장르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대상을 드러내는 데 집중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신관은 그동안 작가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낙산’ 연작 22점으로 채워졌다. 눈발이 흩날리는 가운데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눈으로 뒤덮인 강원도 양양 낙산 앞바다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다. 눈 덮인 해변을 족자 그림처럼 세로로 길게 담아낸 작품들은 순백의 바다 무대를 보여주고 있다. 바다 하면 떠오르는 수평의 이미지 대신 수직의 이미지로 바다를 표현한 실험적인 작품들이다.
폭설이 나뭇가지에 앉거나 눈발이 날리는 풍경을 포착하기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인내와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작가는 말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젊은 작가들이 트렌디하게 작업하는 것에 찬성합니다. 저도 그런 시대를 살았으니까요. 하지만 위험성이 있어요. 유행에는 최전선에 선 한 사람만 필요하거든요. 모두가 거기에 몰려가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02-720-1524)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