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음악 슈바이처’ 꿈꾸는 김명엽 장로 “예배 첫머리에선 찬송(Hymn)을 불러야 합니다”

입력 2011-01-09 17:58


“새해 예배 때 부르는 첫 노래만큼은 예배 찬송이었으면 합니다.”

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이자 현 울산광역시립합창단 지휘자인 김명엽(68·남대문교회 협동) 장로의 제안이다. 그런데 언뜻 이해가 안 간다. 그렇다면 지금껏 불러온 찬송은 무엇이란 말인가. 김 장로는 이를 위해 먼저 “찬송가(hymn)와 복음성가(gospel song)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배 시간에 즐겨 부르는 ‘주 안에 있는 나에게’ ‘태산을 넘어 험곡에 가도’ ‘울어도 못하네’는 찬송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이들 노래는 ‘가스펠송’이다.

찬송가는 하나님을 향해 찬미, 경배, 감사, 영광, 존귀로 드리는 내용으로서 예배적이다. 이에 비해 복음성가는 십자가, 피, 용서, 부르심, 영접, 회개, 사죄, 구원 등을 주제로 복음적이다. 복음성가는 예배 찬송과 달리, 주님과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설명하고 당장 주님께 돌아오기를 설득하는 노래이다.

김 장로는 “하나님의 부름으로 예배를 드리는 우리는 그에 대한 첫 응답으로 하나님을 찬양해야 한다”며 “그러니 예배 시간에 부르는 첫 번째 성도들의 노래는 찬송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 새해에는 어떤 찬송이 어울릴까. 1월 첫 주에는 교회들마다 ‘시온의 영광이 빛나는 아침’을 많이 불렀다. 또 ‘아침 해가 돋을 때’도 새해 감사를 다짐하며 드리는 첫 기도 찬송으로 제격이다.

‘나의 갈 길 다 가도록’은 “하나님의 은혜가 족하다”는 고백록이다. 시각장애인으로서 여성 찬송작가인 크로스비(1820∼1915)가 장애로 인해 오히려 영혼의 눈이 밝아졌고, 그로 인해 주님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음을 감사하며 쓴 노래이다. 이 찬송에서 가장 감동을 주는 대목은 “무슨 일을 만나든지 만사형통하리라”(1절)와 “어려운 일 당한 때도 족한 은혜 주시네”(2절)이다.

김 장로가 최근 이런 설명들을 담아 찬송가 해설집 ‘김명엽의 찬송교실’(예솔)을 시리즈로 출간했다.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서 생활하며 평생을 성가와 합창에 전념해 온 그가 30년 넘게 지방의 소도시를 다니며 교회음악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세미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특히 매 주일 예배 때 그대로 선곡될 수 있도록 교회력에 맞춰 찬송가 한 곡 한 곡을 편성한 게 눈길을 끈다. 12월 첫째 주 ‘이새의 뿌리에서’를 시작으로 부활주일, 성령강림주일, 추수감사주일에 부를 수 있는 ‘산마다 불이 탄다 고운 단풍에’까지 주일마다 부를 수 있는 찬송들을 묵상했다.

책을 출간한 이유는 명료하다. “찬송은 성경 66권을 생각나게 합니다. 성경만큼 중요한 찬송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교회력과 목사님 말씀에 따라, 교회음악의 발자취 등을 곁들여 설명했습니다. 찬송을 알고 부르면 더 큰 은혜를 경험할 테니까요.”

김 장로는 연세대 성악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추계예술대와 연세대 교수를 역임했다. 2005년에는 노조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던 국립합창단에 예술감독으로 취임해 화합을 이뤄냈다. 1988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학할 땐 매일 아침 큐티를 하며 찬송가를 첫 장부터 부르며 성가대를 위한 ‘찬송가 데스칸트’도 썼다. 그의 꿈은 ‘교회음악의 슈바이처’. 작은 교회들을 찾아다니며 교회음악을 가르치고 교회음악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