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도 ‘스마트 헬스케어’ 시대
입력 2011-01-09 17:41
#1. 최근 허벅지의 막힌 혈관을 뚫는 수술을 받은 남모(65)씨는 퇴원을 하면서 몇 달간 복용할 약을 한번에 받았다. 하지만 약 종류가 많아서 혹시 정해진 복용법을 혼동할까봐 걱정이 컸다. 남씨의 고민은 스마트폰을 통해 의외로 쉽게 해결됐다. 아들의 아이폰에 무료로 내려받은 서울아산병원의 약품 정보 앱(애플리케이션) ‘My Medication’에서 약의 모양과 색, 성분, 작용 및 주의 사항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 뇌졸중으로 거동이 힘든 아버지를 간병 중인 이모(47)씨. 얼마 전 아버지의 등에 욕창이 생기는 바람에 큰 고민거리가 생겼다. 욕창은 매일 상처를 드레싱하는 것이 중요한데, 어떤 재료를 어떻게 써야 할지 난감했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모시고 매번 병원을 다니기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분당서울대병원이 개발해 시범 운영 중인 스마트폰용 ‘욕창 관리’ 앱을 이용하면서 걱정을 덜었다. 매일 아침 드레싱을 하면서 아버지의 욕창 부위를 사진으로 찍어 전송하면 병원에서 상처 크기와 상태를 체크해 적절한 소독과 드레싱에 사용할 약제를 알려줬다.
‘스마트 헬스케어’가 의료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의 대중화로, 언제 어디서나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유 헬스(u-Health) 환경’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스마트폰용 건강 앱’ 개발이 붐을 이루고 있으며 환자와 일반인들의 건강 앱 이용도 점차 늘고 있다. 외래 진료 및 건강검진 예약, 병원 위치·진료과 정보, 장래식장 안내용 앱은 기본이다. 최근엔 약물 정보 및 복약 관리, 만성질환 관리, 암 정보에 이르기까지 의료의 핵심 영역으로 앱 개발이 확대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이 아이폰용 앱스토어에 제공하고 있는 ‘My Medication’은 이 병원에서 한번이라도 진료 받은 이들은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처방약품 정보 앱이다. 지난해 8월 서비스된 후 5개월간 1만2500여명이 내려받아 사용하고 있다. 아산병원은 지난달 말 갤럭시S 등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해 SK텔레콤과 손잡고 개발한 ‘내 손안의 차트’ 앱도 선보였다. 이 앱을 스마트폰에 다운로드 받으면 환자 자신의 질병 이력과 각종 검사 결과, 투약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다른 병원에서 진료 받더라도 아산병원이 제공한 환자의 건강정보를 그 곳 의료진에게 스마트폰으로 바로 보여 줄 수 있는 것도 특징. 병원 관계자는 “이달 말쯤부터 T스토어나 안드로이드마켓에 정식 등록해 무료로 서비스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도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앱 4종을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육아상식과 예방접종 일정표 등을 담은 ‘삼성아기수첩’, 산모의 건강관리 및 진료 일정을 담은 ‘삼성산모수첩’, 고인 및 빈소 검색, 문상 시 옷차림 등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작별-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암 환자 정보를 담은 ‘건강 다이어리’ 앱 등이 그것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료 예약 앱을 최근 개발해 본격 서비스에 들어갔다.
분당서울대병원은 KT와 함께 천식과 욕창, 경도인지장애 등 3가지 질병을 스마트폰으로 관리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해 지난달 말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천식환자 상태 관리’ 앱의 경우 환자가 현재 상태를 측정해 데이터와 증상을 입력하면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에 따라 양호, 주의, 위험, 응급 등 4단계의 상태를 구분해 단계에 맞는 처방을 알려주고 주치의에게 SMS로 메시지가 실시간 전달된다. ‘주의’ 상황이 3회 이상이거나 ‘위험’이나 ‘응급’ 상황일 경우 의료진이나 119에 직접 연결되도록 했다.
하지만 질병 관리 앱의 경우, 현행 의료법상 불가한 ‘원격 의료 행위’(현재 의료인과 의료인간만 가능)에 해당될 소지가 있어 병원 측은 법 개정이 이뤄질 때까지 시범 사업과 임상시험을 통해 의학적 효과를 확인할 계획이다. 정부는 2009년 의사와 환자 간 원격 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