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모르게 눈 자주 부비면 원추각막 증세 의심을
입력 2011-01-09 17:42
각·결막염은 물론 접촉성 피부염과 천식 등 알레르기 행진을 벌이는 가운데 자신도 모르게 눈을 자주 부비는 청소년들은 한 번쯤 안과를 방문, 원추각막이 생긴 게 아닌지 점검해 봐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 의대 서울성모병원 안과 주천기 교수팀은 명동성모안과 김동해 원장, 이원희박영기안과 박영기 원장 등과 공동으로 2007년 9월부터 2009년 8월까지 3년간 원추각막 진단을 받은 190명을 대상으로 설문 및 유전역학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원추각막이란 각막 중심부가 서서히 얇아져 앞쪽을 향해 돌출돼 원뿔 모양으로 변형되는 병이다. 이번 조사결과 16∼20세 때 32.4%, 21∼25세 때 29.6% 등 절반 이상이 20세 전후에 원추각막을 발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들 원추각막 환자들 중 77%가 눈 비빔 증상을 호소하고 있고, 17%는 아토피성 피부염과 알레르기성 각·결막염 및 천식 등 가려움증을 주 증상으로 하는 알레르기 질환을 실제 합병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 이는 두 질환 사이에 상당 부분 인과관계가 있음을 암시한다.
원추각막이 생기면 이 외에도 점차 시력이 떨어지면서 물체가 틀어져 보이는 왜곡 현상과 눈부심, 물체가 여럿으로 보이는 복시 등을 느끼게 된다.
원추각막은 각막이 상처를 입었을 때 치유되는 과정에서 많이 발견되는 VSX1 유전자 등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 교수는 “이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원추각막이 발생하는데, 조사 대상자의 약 5.8%에서 이 같은 현상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 비율이 13.5%, 뉴질랜드에선 무려 23.5%에 이른다.
원추각막은 우선 하드콘택트렌즈를 착용해 각막 표면을 고르게 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각막 주변부에 특수 링(고리)을 삽입해 바깥 쪽으로 당겨지게 유도해 각막 중심부를 평평하게 만들어주는 방법도 쓴다. 주 교수는 “그래도 개선되지 않을 때는 각막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