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개헌 필요”…이만섭 “절대 안돼”

입력 2011-01-07 22:07

이재오 특임장관의 개헌론에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절대 안 된다”며 찬물을 끼얹었다.

이 장관은 7일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헌정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개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축사에서 “소득 3만 달러 이상 24개 나라 중에서 대통령제를 하고 있는 나라는 스위스와 미국 둘뿐”이라며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 있어 5~10년 후 세계적으로 우뚝 설 수 있는 정치체제를 검토할 기회가 오지 않았나 싶다”며 개헌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장관은 이어 “대한민국은 9번 개헌했고 이 가운데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3번 개헌했다”며 “전임 장관이 지난해 실시했던 헌정회원 설문조사를 보니 84%가 개헌에 찬성한다는 내용이었다”고 강조해, 우회적으로 정치원로들의 개헌 지지를 당부했다.

그는 또 “혹시 개헌을 놓고 당내 분란, 정쟁으로 비화될까 염려하실 텐데, 서로 존중하는 성숙한 당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불필요한 정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당과 정부가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축사를 마치고 이 장관이 자리를 뜨자 건배사 제의를 받은 이 전 의장의 반격이 시작됐다. 그는 “이재오 장관에게 몇 마디 하려고 했는데 조금 전에 (이 장관이) 나가버렸다”며 “헌정위원들이 가만히 있으면 개헌 찬성론자들이 앉아서 박수치는 것처럼 될까봐 한마디 하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 전 의장은 이어 “개헌을 9번 했지만 국민 여망에 따른 개헌은 2번이었고, 그 외에는 변칙적 개헌이었다”며 “현재 개헌은 절대 안 되고, 국민은 민생에 관심이 있지 개헌에 관심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전 국회의장의 발언에 일부 헌정회원은 “옳소”라고 박수를 치며 거들었다.

개헌을 하려면 정치권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전 의장은 “개헌을 하려면 만장일치로 통과돼야 하는데, 여야 모두 당론이 통일되지 않았다”며 “안 되는 개헌을 계속 말하니 대통령의 국정 장악과 레임덕 방지를 위한 것이라거나 친이의 친박 견제용이라는 말이 도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