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 차량 성판(별) 뗀다더니…
입력 2011-01-07 22:07
군이 전투형 군대로 거듭나기 위해 허례허식을 없애겠다고 공언했지만 빈말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가 올 초 장군들의 승용차에 성(별)판을 떼도록 한 권고를 완화하고 장군 운전병도 가급적 유지키로 했기 때문이다. 군 개혁의지가 시작도 하기 전에 퇴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7일 브리핑에서 “장군들의 차량용 성판은 공식적인 활동을 할 때는 달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장군들에게 운전병을 배치하지 않고 스스로 운전하도록 권고한 것도 완화해 “비상상황 발생시 기동성 있게 조치해야 할 지휘관에게는 운전병을 배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장군용 식당과 이발관도 장군들이 많이 근무하는 국방부와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에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국방부 신청사 10층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장군 전용 식당이 있으며, 계룡대에는 육·해·공군별로 장군 식당이 운영되고 있다.
국방부가 이처럼 권위주의적인 요소들을 타파하겠다는 의지에서 한발 물러선 것은 예비역 장성들이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예비역 장성들은 “성판은 국민들이 장군들에게 보내는 신뢰를 상징하는 것”이라면서 국방부와 육군에 강력히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의 이런 ‘역행군’에 대해 장군들이 솔선수범해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는 여론과 배치되는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달 29일 국방부 연두업무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자기 살을 깎는 각오를 갖고 우리 장군들부터 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외부로 드러나는 보여주기식 개혁이 아니라 장군들의 자세 변화가 더 중요하다”며 국방부가 진정 개혁해야할 부분에 신경 쓰지 않고 지엽적인 부분에 매달려 불필요한 논란만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군이 상부지휘구조 개편 등 고강도 개혁 작업을 추진해야 할 상황에서 예비역 장성 등의 압력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개혁이 좌초할 것이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