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010년 매출 사상 최대 154조

입력 2011-01-07 18:05


삼성전자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며 연간 매출 150조원 시대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7일 지난해 4분기(10∼12월) 국내외 사업장을 합한 연결 기준으로 매출 41조원, 영업이익 3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153조7600억원, 영업이익 17조28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전년에 비해 매출은 12.8%, 영업이익은 58.1% 증가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연간 매출 150조원, 영업이익 15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도 전일 대비 9000원(-0.97%) 하락한 92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 영업이익을 3조1000억∼3조6000억원으로 전망해 왔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4분기 매출은 4.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2.8% 하락했고, 전분기 대비로 매출은 1.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8.3%나 떨어졌다. 주력 생산품인 반도체와 LCD 패널의 가격 폭락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 같은 4분기 실적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는 평가다. 과거 시장 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 반도체와 LCD에 의존하던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고, 제품 경쟁력을 확보한 결과다. 지난해 상반기 반도체사업 부문은 시장 호황을 기반으로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을 견인하며 2분기에는 사상 처음 5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반기 들어 반도체가 지지부진하자 갤럭시S로 대표되는 스마트 제품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휴대전화가 포함된 정보통신 부문에서 4분기에만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분석가들은 4분기 실적 부진의 배경이 됐던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올 1분기 저점을 형성하고 스마트 제품 수요가 늘면서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이 10% 안팎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선태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LCD 부문 안정 속에 스마트폰 등 모바일 제품의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올해 삼성전자 실적이 분기별로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장담한 ‘연간 매출 2000억 달러(220조원) 시대’가 점차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폰과 갤럭시S의 대결에서 보듯 시장 선도 제품을 따라잡는 지금까지의 경쟁구도 속에서는 삼성전자가 확실한 글로벌 1등 기업으로 자리잡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2009년 말 아이폰의 등장으로 휴대전화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다 지난해 갤럭시S로 뒤늦게 만회에 성공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제품을 먼저 내놓는 제품 선도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삼성전자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관건이 될 것”라고 말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