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기업·금융 프렌들리’ 행보 어디까지… ‘경제 살리기’ 타협 전략인 듯
입력 2011-01-07 18:00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친(親)기업, 친(親)월스트리트 인사와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새 백악관 비서실장에 금융계 인사를 앉혔고, 백악관 경제컨트롤타워에 금융규제 완화론자가 발탁될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율 인하도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구제금융을 받고 보너스 잔치를 벌였던 월가 최고경영자(CEO)를 향해 ‘살찐 고양이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던 것에 비하면 180도 달라진 행보다. 집권 후반기는 확실히 친시장 노선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친월가 인물 적극 기용=오바마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새 비서실장에 윌리엄 데일리 JP모건체이스 중서부 지역담당 회장을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데일리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상무장관을 지낸 적이 있다. 그러나 최근 7년간 은행의 고위급 임원으로 일했고, 변호사, 외국기업 로비스트 등으로 활약하는 등 유력한 재계 인사로 분류된다.
국가경제회의(NEC) 의장에는 진 스펄링이 유력히 검토되고 있다. NEC는 백악관에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곳이다. 스펄링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에서 금융규제 완화 작업을 실무적으로 주도했던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그를 두고 친월가가 아니라 월가와 유착된 사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시점에 볼커 경제회복자문위원장의 사퇴설이 불거져 나왔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각종 금융규제 정책을 밀어붙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월가 대형 금융회사들의 자기자본투자를 금지하고 은행 규모를 제한하는 이른바 ‘볼커 룰’을 성사시켰다. 그동안 금융정책에 관한 한 최고의 실세였다. 그래서 월가가 가장 기피하는 인물이었다.
그의 퇴진은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친시장, 친금융정책이 자리 잡히고 있는 뜻이라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법인세 인하도 수용=오바마 대통령은 법인세율 인하도 검토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백악관과 공화당이 법인세법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원칙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과 재계는 미국 기업들이 높은 법인세 때문에 다른 나라 기업체보다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오바마 행정부를 향해 줄기차게 세율 인하를 주장해왔다. 대통령 직속 수출위원회도 현행 3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0%로 낮출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현재 연방정부 재정적자 문제가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어 법인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해결과제로 남아있다.
아직 법인세율 인하폭이나 시기 등 구체안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어서 정치권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친기업, 친월가 정책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패배 이후 가시화되고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일종의 타협 전략인 것이다. 진보 진영에서는 벌써부터 오바마 대통령이 ‘월가와 대기업에 굴복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의 친기업, 친금융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