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예술 영화는 어렵다? ‘친구들’이 편견을 깬다

입력 2011-01-07 17:44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영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그 시간을 보상받고 싶을 때 극장에 오면 깊은 얘기를 하지 않아도 사람과 통하는 느낌을 받지요. 하지만 그 느낌은 멀티플렉스 극장에선 받을 수 없어요.”(‘만추’의 김태용 감독)

예술·고전 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서울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제6회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오는 18일부터 다음 달 27일까지 열린다. 영화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영화들을 선정해 보관·소개하는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정부 지원 및 민간 후원을 받아 주최하는 영화제다.

예술영화관으로 관객의 발걸음을 이끄는 건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영화제 측은 ‘영화의 즐거음’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문턱을 낮췄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지원 예산이 대폭 삭감돼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도 있다.

이 영화제의 특징은 ‘친구들의 선택’ 섹션을 두고 현직에서 활동하는 감독 등 영화인들이 추천하는 영화로 상영작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감독들이 사랑하는 영화제’로도 잘 알려져 있다. 민규동 감독은 “시네마테크는 나에게 은신처나 쉼터와 같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개막작은 에릭 로메르 감독의 1987년작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 가지 모험’. 시골 소녀와 도시 소녀가 만들어내는 네 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단편 영화의 느낌을 준다. 로메르가 대표작 ‘녹색 광선’을 찍은 직후 즉흥적으로 만든 영화다. 12세 이상 관람가여서 자녀를 동반한 부모가 찾기에도 무난하다.

내로라하는 감독들이 상영작을 추천했다. 올해는 17명의 영화인이 선정에 관여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붉은 살의’(1964)를, 정성일 평론가는 에릭 로메르의 ‘나무, 시장, 메디아테크’(1993)를, 최동훈 감독은 하워드 훅스의 ‘리오 브라보’(1959)를, 이명세 감독은 셈 페킨파가 연출한 ‘겟 어웨이’(1972), 류승완 감독은 마리오 바바의 ‘미친 개들’(1974)을 추천했다.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은 관객들이 투표해 선정한 ‘관객들의 선택’ 섹션에서는 코미디 배우 버스터 키튼이 남긴 단편 3편이 선정됐다.

정기상영회에서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만든 임순례 감독과 ‘라이방’의 장현수 감독이 초대돼 한국영화의 현황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자세한 상영 일정은 홈페이지(www.cinematheque.seoul.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양진영 기자, 김미나 인턴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