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제역 난리통에 미국산 갈비 판촉이라니

입력 2011-01-07 17:43

‘통큰 치킨’으로 미끼상품 논란을 일으켰던 롯데마트가 이번에는 ‘통큰 갈비’로 또다시 비난을 자초했다. 롯데마트는 최근 일간지에 ‘2011년 새해 첫 통큰 가격을 선보입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싣고 미국산 LA식 갈비를 100g당 1000원대에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100g당 1250원에 팔되 KB카드로 구매하면 20%를 더 깎아준다는 내용이다.

현재 경쟁 업체인 이마트에서 똑같은 LA식 갈비가 100g당 3080원에 판매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 또한 분명한 미끼상품이다.

미끼상품도 판매 전략의 하나겠지만 하필 이 시점에 왜 그 같은 마케팅을 펼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은 전국을 휩쓸고 있는 구제역으로 축산농가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상황이다. 애지중지 키운 소와 돼지를 무더기로 땅에 파묻어야 하는 축산농가의 처절한 고통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어떻게 미국산 쇠고기를 이용한 판촉 행사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전국한우협회가 성명을 내고 강하게 비판했듯 롯데마트에 대한 축산농민들의 공분은 당연해 보인다. 더구나 야당 일각에서는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추가 개방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구제역 방역을 대충대충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마당이다. 미국 내 해썹(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 기준) 인증 가공공장에서 작업했다며 안전성을 강조한 롯데마트의 광고 문구는 구제역과 싸우는 축산농민들을 더욱 자극했다.

물론 기업의 생리는 이윤 추구다. 롯데마트가 미국산 갈비를 싸게 판다면 반기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영리 추구 와중에도 최소한의 기업윤리는 있어야 한다. 생산자나 유통업자나 소비자나 모두 대한민국의 구성원들이다. 아픔이 있을 때는 서로 보듬어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하고 방역에 나선 공무원들이 과로로 쓰러지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미국산 쇠고기를 미끼상품으로 내걸어 판촉 행사를 하는 것은 부도덕한 상술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구제역 발생 이전인 3개월 전부터 기획했던 것이라고 변명하지만 이후 이런 상황이 벌어졌으면 당연히 연기했어야 했다. 롯데마트의 자성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