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벌’ 속편 ‘평양성’ 이준익 감독 제작보고회… “나·당 일전 다룬 3편도 만들 생각”

입력 2011-01-07 22:00


“예전에 ‘평양성’이 실패하면 은퇴하겠다고 했었지요. 그 말이 너무 많이 알려져서 이제 영화를 못 할 거 같아요. 흥하면 계속 하는 거지만….”

2003년 ‘황산벌’을 연출했던 이준익(51) 감독이 8년 만에 속편 ‘평양성’을 내놨다. 이 감독은 5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에서 가진 제작보고회에서 “‘황산벌’이 지난 8년간 다른 사극이나 드라마에 미친 영향이 분명히 있다”며 “이번 영화도 그런 작품”이라고 말했다.

기존 사극에서 근엄하기만 했던 장군들이 걸쭉한 사투리로 관객을 정신없이 웃기고, 백제 멸망이라는 대사건 앞에서 비장한 슬픔까지 부족하지 않게 담아낸 ‘황산벌’은 당시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며 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번 영화에선 80억원의 제작비와 100여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됐으니 규모면에서는 그때보다 더 커진 셈. 그러나 상업영화의 성과는 흥행으로 말할 수밖에 없다. 1200만 관객을 동원한 ‘왕의 남자’ 이후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님은 먼 곳에’ 등에서 잇따라 쓴맛을 본 이 감독도 “‘평양성’이 성공하면 3편도 찍겠지만 흥행에 실패하면 (은퇴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라며 부담을 내비쳤다.

‘평양성’의 시대적 배경은 ‘황산벌’로부터 8년 후인 서기 668년. 한국 영화로서는 드물게 영화 속 시간과 현실의 시간이 똑같이 흘렀다. 전편에서 김유신을 맡았던 정진영과 ‘거시기’로 분했던 이문식이 8살 더 먹은 모습으로 출연했다. 백제를 멸망시킨 나·당의 칼끝이 이번에는 고구려로 향하는데, 고구려 측 주인공은 연개소문의 아들 연남건으로 분한 류승룡이다. 그는 “이 영화는 역사적·보편적 사실에 기초해 공허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고 자평했다. 이문식 역시 “영화를 보니 감독님이 은퇴할 것 같지는 않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8년 전 백제군이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했던 것처럼, 고구려군은 평안도와 함경도 사투리를 사용한다. 그러나 이 감독은 ‘평양성’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코믹 사극으로 만들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황산벌이 성공한 이유는 엄숙한 사극을 코미디로 가볍게 다룬 것이 신선했기 때문이에요. ‘평양성’도 앞으로의 사극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표현으로 가득 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양성’이 흥행에 성공할 경우 신라와 당나라의 일전을 다룬 ‘매소성’도 제작할 계획이다. 27일 개봉.

양진영 기자, 유동근 이현지 인턴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