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명예회장, FIFA 부회장 5선 실패… 한국 축구 외교력 타격
입력 2011-01-06 21:19
정몽준(60)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2022년 월드컵 유치 실패에 이어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5선 연임에도 실패했다. 국제 축구계에서 한국의 위상 역시 급격히 축소될 전망이다.
정 명예회장은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 FIFA 부회장 선거에서 알리 빈 알 후세인(36) 요르단 왕자에 20대 25로 져 낙선했다.
이로써 1994년 이후 FIFA 부회장직을 유지해왔던 정 명예회장은 FIFA 부회장직과 집행위원직을 모두 잃게 됐다. 선거 결과 발표 후 별다른 언급 없이 총회장을 빠져나온 정 명예회장은 협회 관계자를 통해 “처음부터 쉽지 않은 선거라고 생각했다.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 명예회장의 5선 도전이 좌절된 것은 중동세의 단합과 FIFA 내부의 역학관계에 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단독 후보로 나섰던 2007년과 달리 알 후세인 왕자와 경선을 치른 이날 선거에서 중동 국가들은 일방적으로 알 후세인 왕자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AFC 회장 선거에 단독 입후보해 당선된 모하메드 빈 함함(카타르) 회장 역시 알 후세인 왕자를 그동안 암암리에 지원해왔다. 2022년 월드컵을 카타르가 유치하면서 AFC 내에서 중동의 입김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의 정 명예회장에 대한 견제 역시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5월 FIFA 회장 선거를 앞두고 블래터 회장이 잠재적 경쟁자인 정 명예회장의 당선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것이다. 정 명예회장은 2002년 블래터 회장의 재선 당시 반대편에 선 이후 FIFA 내에서 블래터 회장의 가장 큰 라이벌로 분류돼왔다.
정 명예회장의 지분이 사라지면서 당분간 국제 축구 외교 무대에서 한국 축구는 공백기를 맞게 됐다.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국제국장과 임은주 심판이 각각 AFC 경기위원회와 심판위원회에 등록돼있지만 AFC 분과 내에서 한국의 입지는 매우 약하다. AFC 등에서 실무적인 차원으로 정 명예회장의 뒤를 받쳐줄 인적 자원들을 진출시키는 데 다소 미흡했던 셈이다.
이에 따라 한국 축구가 정 명예회장의 1인 외교력에 너무 의존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협회가 정 명예회장의 단독 플레이에 의지한 나머지 정 명예회장이 없는 상황에 놓이자 대외 창구가 전무해진 것이다. 2015년이 돼서야 FIFA 부회장 및 집행위원 선거가 열리는 만큼 그동안 한국 축구에 우호적이었던 인사들에 대한 관리 역시 제대로 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한편 이날 FIFA 집행위원 선거에서도 베르논 마니랄 페르난도(스리랑카)와 우라위 마쿠디(태국)가 고조 다시마(일본), 장지롱(중국)을 제치고 당선돼 국제 축구 무대에서 동아시아 지역의 입지가 전체적으로 줄어들게 됐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