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안팎서 분위기 잡는데… 넘을 산 많다

입력 2011-01-06 18:38

국제사회의 6자회담 재개 움직임과 맞물려 천안함 사태 이후 중단됐던 남북 당국 간 대화의 물꼬가 트일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을 받아들일지 여부가 불투명하고, 우리 정부도 북한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쉽게 풀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실제 대화가 이뤄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형국이다.

한국과 미국 양국은 남북대화 재개에 앞서 북한이 취해야 할 진정성 있는 조치에 큰 틀의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6일 “(양국 간에)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관련 등 북한이 취해야 할 진정성 있는 조치들에 대개 합의돼 있다”고 밝혔다. 전날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방한해 한·미 간 사전 조율을 마쳤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북한은 연일 대화 재개를 주장하고 있고 6자회담 당사국인 중국, 일본, 러시아 역시 ‘선(先) 남북대화 후(後) 6자회담’에 동의하는 모습이다. 우리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기 쉽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 ‘대화’라는 명분보다 더 좋은 명분은 없다”며 “북한도 이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남북대화의 밑그림은 그려졌지만 빠른 시일 내에 대화가 재개되기는 힘들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선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요구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대화의 조건으로 우리가 북측에 요구하는 ‘진정성’과 ‘책임성’의 의미에 대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함 폭침을 부인하고 있고, 연평도 포격은 정당방위라고 주장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다. 정부 내에서도 북한의 대화 제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경계감이 팽배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언제 태도를 돌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UEP 관련 유엔 안보리 제재와 같은 대북제재 조치들은 계속 간다”고 했다.

이런 기류의 분수령은 오는 19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은 북핵 문제 해법을 찾으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이고, 남북대화 문제도 윤곽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큰 틀로 보면 남북 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하지만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이 있기 때문에 천천히 유턴하는 과정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성규 남도영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