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집 운영권 뒷돈 비리… 경찰 새해부터 ‘패닉’

입력 2011-01-06 21:39

서울동부지검의 ‘함바집’(건설현장 식당) 비리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건설업체 사장 구속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던 수사는 경찰 고위 간부뿐 아니라 공기업 고위 임원, 여야 정치인까지 겨냥하고 있다. 현재로선 누가 수사망에 걸려들었는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6일 검찰 안팎에선 금품 공여자로 지목된 함바집 운영업자 유모(65)씨가 마당발인 데다 경찰 인사에도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과거 ‘법조 브로커 윤상림 사건’에 버금가는 사건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말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여환섭)는 유씨가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따내려고 국내 유수 건설사와 공사 발주업체 등 20여곳에 돈을 뿌리고 다닌다는 첩보를 입수,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내사 착수 한 달 만인 지난해 11월 24일 한화건설 이모(60) 사장과 SK건설 김모(60) 마케팅부문 사장 등 건설사 임원에게 수억원을 건넨 혐의(배임증재)로 유씨를 구속했다.

유씨는 함바집 운영권을 얻는 대가로 건설사 임원과 현장소장에게 건당 3000만∼9000만원씩 건넸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지난달 11일 유씨에게서 2억4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이 사장을 구속했다. SK건설 김 사장, 우림건설 이모(59) 부사장, 삼환기업 이모(62) 전무 등이 유씨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로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유씨가 로비를 벌인 건설사는 검찰이 확인한 것만 9개다. 유씨는 함바집을 직접 운영하거나 다른 급식업자에게 웃돈을 받고 되팔아 이익을 남겼다. 통상 건설현장 한 곳당 1억원가량 앉아서 벌 수 있어 함바집 운영권은 로비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유씨가 민주당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검찰 수사가 정치권을 정면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씨가 여야 정치권에도 광범위하게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건설업계나 공기업, 경찰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여의도에서는 정치인들의 실명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건설사 조사를 일단락한 검찰은 잠시 숨을 돌린 뒤 유씨에게서 돈을 받은 정황이 포착된 정관계 인사들 계좌추적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강희락(58) 전 경찰청장과 이길범(56) 전 해양경찰청장 등 전현직 경찰 고위 간부 10여명이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경찰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특히 유씨는 단순히 함바집 운영권 청탁뿐 아니라 경찰 인사 로비를 했다는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가 경찰청장을 상대로 로비할 능력을 보였다면 치안감, 경무관, 총경급 고위 간부도 자연스럽게 유씨와 유착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건설현장에서는 끊임없이 제기되는 민원을 해결하려면 경찰과의 친분이 불가피해 유씨가 경찰 간부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했을 것이란 얘기다. 한화건설 이 사장이 법정에서 “유씨가 경찰 고위직을 많이 안다고 했으며 실제로 많은 민원을 해결해줬다”고 진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슷한 이유로 유씨는 공사 발주를 많이 하는 공기업 고위 임원들과 친분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업 발주 공사 역시 규모가 작지 않아 함바집 운영권을 따내면 적잖은 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야 정치인까지 거론되자 검찰에서는 “검찰도 유탄을 맞을 수 있으니 우리 식구도 점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