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기승… 타미플루 바닥
입력 2011-01-06 21:44
최근 두 달 사이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A/H1N1 2009형)가 기승을 부리며 3명이나 사망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북 지역에선 확진 환자가 70명이나 나왔다. 그러나 보건 당국은 2009년 대유행 때보다 발병률이 현저히 떨어졌고 보통 감기약으로도 치료된다며 과잉 반응을 경계하고 있다.
6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12월 25일 실시한 표본 감시 결과 신종플루 바이러스는 909건이 검출됐다. 보통 독감 검출 건수(106건)의 8배 이상이다. 909건 중 99.8%(907건)가 11∼12월에 집중됐다. 검출 건수는 연말로 다가갈수록 급증했고, 지난달 말 첫 사망자가 나왔다.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일부 약국에선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사진)가 동났다. 지난해 10월까지는 신종플루 환자가 거의 없어 약국·약품도매상이 타미플루 재고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타미플루 무상공급 등 적극적으로 신종플루 대응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현재 정부가 비축한 타미플루는 국내 총인구의 25% 수준인 1300만명분이다. 질병관리본부 신상숙 공중보건위기대응과장은 “신종플루는 다른 질병처럼 대유행 이후 간헐적이고, 더 낮은 수준으로 발병하는 보통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반드시 타미플루를 먹을 필요는 없고 보통 감기약과 충분한 휴식으로도 치료된다”고 말했다. 신종플루는 지난해 10월부터 일반 유행성 계절독감(인플루엔자)으로 분류됐다.
정부는 약국에서 타미플루를 구입하지 못한 고위험군에게는 지역 보건소를 통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59개월 이하 영·유아, 임신부, 분만 후 2주 이내 산모, 만성질환자 등이 대상이다. 보건소 비치량은 약 5만명분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개별적으로 1000∼3000명분의 타미플루를 확보, 공급 부족에 대비하고 있다.
국내 타미플루 독점공급사인 한국로슈는 앞으로 2주 내 20만명분을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일부 약국에서의 타미플루 부족 사태는 수요가 갑자기 증가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다른 독감보다 전염성이 높고 증세가 심각한 신종플루의 특성을 간과하고 초기 대응을 허술히 해 불안감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올 겨울 첫 신종플루 사망자인 40대 남성은 확진 판정을 받고 타미플루를 복용했는데도 발병 후 9일 만에 숨졌다. 두 번째인 10대 여중생은 8일 만에, 지난 3일 숨진 만 3세 유아는 갑자기 열이 나고 경련을 일으켜 병원에 입원한 지 2일 만에 사망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