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PF 투자금 ‘3분의 1’ 밖에 못 건진다
입력 2011-01-06 21:30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금이 사업 부실로 인해 3분의 1밖에 회수되지 못할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해 6월 공적자금 3조7493억원으로 인수한 부실PF 채권에 대한 실사를 마치고 최근 금융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을 비공개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2003년 이후 저축은행 부실 해소에 8조6253억원을 쏟아부었고 올해에도 3조5000억원의 구조조정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여기에 저축은행은 올해 말부터 내년 3월까지 1조70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순차적으로 상환해야 해 연말 대규모 부실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부실PF 투자금, 3분의 1토막”=금융위는 지난해 말 캠코에 부실PF 대출 채권의 회수 예상가를 산출토록 지시했다. 저축은행 PF대출 연체율이 6월 8.7%에서 12월 24.3%대로 폭증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에 놀랐기 때문이다. 캠코 실사 결과 채권 원금 3조7493억원의 31.4%, 채권 매입금액(2조7760억원) 기준으로 42.4%만 회수 가능할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투자자금이 사실상 3분의 1토막 난다는 의미다.
정부는 저축은행에 사후정산 방식으로 공적자금을 지원해 왔다. 이는 자산매입 당시의 감정가로 일단 자금을 지원한 뒤 향후 실제 매각이 이뤄진 가격을 정산해 돌려받는 방식이다. 따라서 저축은행은 만기가 도래하면 투입받은 공적자금에 이자를 더해 정부에 이를 갚아야 한다. 당시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경기 호황을 예상하고 대부분 이 방식을 택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오히려 부실 우려를 키우게 된 것이다. 캠코가 매입한 부실PF 채권은 2009년 말 기준 전체 PF규모 12조5000억원의 30%에 달하는 수준이다.
◇만기 도래하는 1조5000억원=캠코는 2008년 12월 1차로 5023억원을, 2009년 3월 2차로 1조2416억원의 부실PF 채권을 저축은행으로부터 사들였다. 3년 만기인 이 자금은 올 연말과 내년 3월 순차적으로 만기가 도래한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상환된 금액은 2000억여원에 불과하다. 기한의 3분의 2가량이 지났지만 1조5000억원가량의 ‘빚더미’가 여전히 남아 있다.
금융당국은 부실 채권 규모에 따라 이들 저축은행이 대손충당금(떼일 것을 대비해 쌓아두는 돈)을 쌓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당기순이익은 크게 감소했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지 못한 저축은행들의 경영상태는 악화일로에 놓여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3년이라는 충분한 시간을 주고 자산건전성을 제고하도록 유도해 왔다”면서 “연말부터 도태되는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에만 10조원 이상 투자=정부가 지금까지 저축은행 부실을 막기 위해 사용한 자금은 예금보험기금 4조5228억원과 캠코를 통해 투입한 4조1025억원 등 모두 8조원이 넘는다. 캠코 자금은 추후 상환이 가능하지만 예보기금은 출연 형태로 지원하거나 고객에 보험금으로 지급해 환수가 어렵다. 지금까지 환수한 금액도 9900억여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장영철 신임 캠코 사장이 올해 3조5000억원을 저축은행에 추가 투입할 것이라고 밝혀 전체 투입자금은 10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최근 대형 금융지주회사로부터 저축은행 인수 의사를 받아낸 것도 밑 빠진 항아리에 물 붓듯 공적자금만 소진한다는 판단 아래 새로운 방식의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