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미친Ⅹ”… 北 ‘우리민족끼리 게시판’ 교묘한 원색적 비방글에 발칵
입력 2011-01-06 21:31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운영하는 대표적인 대남 인터넷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 게시판에 김정일·정은 부자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이 올라와 북한 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대북 단파라디오 자유북한방송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우리민족끼리’ 홈페이지 독자마당 게시판에 12행으로 구성된 시 한 편이 올라왔다. 얼핏 읽으면 김정일 부자를 찬양하는 내용이지만 각 행의 첫 글자만 이으면 ‘김정일 미친X, 김정은 개XX’라는 욕설로 읽힌다. 글 제목도 ‘첫 글자의 진리’여서 교묘한 방식으로 김정일 부자를 비방한 것이다. 이 시는 이튿날 밤 10시까지 300명이 읽고 난 뒤에야 삭제됐다.
우리민족끼리는 외부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독자마당 게시판을 개설한 뒤 관리자 검열을 거친 글만 올려 왔다. 이 시의 경우 웹 사이트 관리자가 김정일 위원장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판단하고 미리 걸러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자유북한방송의 중국 통신원은 문제의 시가 삭제된 이틀 뒤 중국 선양으로 급파된 북한 노동당 검열단이 우리민족끼리 홈페이지 운영을 맡아 온 ‘조선6·15심양봉사소’ 관계자들을 조사했고, 곧 관련자들이 본국으로 소환돼 처벌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 검열단은 또 중국 동북지구에 파견된 외화벌이 기관 등을 대상으로 지난달 25일 특별 사상점검에 들어갔다고 이 통신원은 덧붙였다.
한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 글을 국내 네티즌이 작성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장의 근거는 지난해 11월 23일 국내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내 ‘연평도 북괴도발 갤러리(게시판)’에 올라온 ‘야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털면(사이버 테러하면) 안되냐?’라는 제목의 글이다. 이 글을 쓴 네티즌은 “그거 검문해서 올리는 모양인데, 세로드립 치면 안되냐”면서 “나 세로드립 쳤는데 왠지 통과될 것 같다”고 밝혔다. 세로드립은 각 문장의 첫 글자를 세로로 읽으면 특정한 뜻이 나오게 하는 방식으로 이번에 알려진 비난 글과 같은 방식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