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성경인물 탐구
입력 2011-01-06 18:06
(27) 찬송신학의 거장 다윗(3)
‘하나님 마음에 합한 사람’ ‘메시아의 모형’에 이어지는 다윗의 또 다른 별명은 ‘찬송신학의 거장’이다. 이스라엘의 찬송가라 할 수 있는 150편의 찬송시 가운데 거의 절반에 이르는 73편의 시가 다윗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별명은 합당하다.
이들 73개 시의 제목에 언급된 ‘미즈모르 르 다윗’이라는 말의 뜻이 ‘다윗의 노래’인지, ‘다윗을 위한 노래’인지, 아니면 ‘다윗에 대한 노래’인지 학자들 사이에 아직도 논의 중이지만, 다윗이 그 어떤 사람보다 찬송을 좋아했고 많은 시를 지어 연주한 음악인이었다는 사실에 대하여는 이의가 없다.
다윗은 소년시절부터 노래와 악기에 능한 자(삼상 16:18)로 알려져 사울왕의 우울증 치료에 특채되는 경력이 있고, 말년의 회고록에서도 ‘이스라엘의 노래 잘하는 자’(삼하 23:1)로 자처하고 있으며, 200여년이 지난 선지자 아모스 당시에도 자기가 만든 비파에 맞추어 노래한 사람(암 6:5)으로 기억된다.
“대저 그 마음의 생각이 어떠하면 그 위인도 그러하다”는 잠언(23:7)처럼, 다윗이 왕으로 즉위한 후 치밀하게 이행한 정치적 프로젝트들을 보면 그가 어떤 생각에서 경배와 찬송을 그토록 소중히 여겼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집권 초기 자신의 연고지인 헤브론에 도읍하여 7년 동안 왕권을 다진 다음 곧 바로 가나안 땅 중앙의 여부스성을 정복, 신도시 ‘예루샬라임’(샬롬의 기초)을 건설하고, 그 정상에 야웨의 성막을 설치하고, 그 안에 야웨 왕권의 상징 곧 신(神)의 왕좌로 간주된 법궤를 안치하고, 그 앞에서 4000명(대상 23:5)의 성가대와 함께 역사상 가장 우렁찬 목소리로 하나님을 찬양했던 것이다.
창세기 1장의 창조신학에서 보는 것처럼, 하나님께서 천지만물을 창조하여 인간에게 선물로 주신 다음 곧바로 (한두 시간 뒤에 시작된) 안식일에 인간으로부터 찬양과 경배를 기대하셨다는 사실과, 아울러 인간의 존재 목적이 하나님을 찬양하고 영광 돌리는데 있음(사 43:21)을 다윗은 분명히 알고 있었기에, 즉위 직후 이와 같은 프로젝트를 우선적으로 추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독자 이삭을 제물로 드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 현장 곧 모리아산(창 22:2; 대하 3:1)에 성전을 짓고 거기에서 심장의 엑기스인 찬송시를 봉헌하여 ‘제2의 아브라함’으로 인정받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다양한 장르의 다윗 시편 가운데 ‘탄원시’의 특징으로 간주되는 ‘분위기 전환’(Change of Mood)은 이스라엘 찬송신학의 백미라 할 수 있다. 고대의 어떤 서정시에서도 보기 힘든 이 수사학적 기교는 시의 전반부에 나타난 고통의 부르짖음이 갑자기 후반부에서 환희와 감사의 분위기로 바뀌는 것으로서(시 22:22∼31), 원수들의 위협과 고통 가운데서도 기도를 들어주실 주님의 사랑을 확신하며 미리 드리는 찬양과 감사의 신앙고백이다.
“항상 기뻐하라”(살전 5:16) 외치며 감옥 속에서도 주님을 찬양했던 바울처럼(행 16), 십자가 위에서 ‘분위기 전환’의 대표적 탄원시(“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시 22:1)를 암송했던 주님처럼, 그리고 분위기 전환을 통해 주님께 영광 돌린 다윗처럼, 오늘도 암울하고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인류역사를 섭리하시는(롬 8:28)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찬양하며 찬송신학의 최고 경지를 걸어가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물어보게 된다.
장영일 총장<장로회신학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