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양육비 2억6000만원', 자본의 논리는 있고 하나님 명령은 없다

입력 2011-01-06 16:20


“김 집사, 올해는 둘째 낳아야지.” “아휴, 목사님. 요즘 세상물정을 모르시고 그런 말씀 하시는 거예요. 아이 하나 낳아 기르는 데 2억6000만원이 들어간대요. 아이를 낳으면 교회가 책임져 줍니까, 사회가 책임져 줍니까.” “….”

15~49세 가임여성들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가 1.24명밖에 안 되는 시대다. 세계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감소, 경제성장 둔화, 국방력 약화 등 국가 재앙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교회가 출산을 가로막는 자본의 잘못된 논리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자녀가 부부에게 큰 복이라는 사실을 올바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가 오히려 출산회피 논리 제시=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3일 출생 후 대학 졸업까지 자녀 한 명에게 지출되는 총 양육비가 2억6000만원에 달한다는 연구자료를 밝혔다. 발표대로라면 자녀 2명은 5억2400만원, 3명은 7억8600만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김승권 연구원은 “실제 양육비 부담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3년에 한번 꼴로 연구조사를 하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면서 “발표내용을 보고 부담을 느끼기보다 스스로 육아비 부담을 느끼기에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조사결과를 접한 젊은 부부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3세짜리 자녀 1명을 두고 있는 배선아(33·여)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매달 몇 십만원씩 들어간다는 생각은 했지만 조사 결과를 듣고는 ‘정말 몇 억원이 들어가는구나’하는 생각이 피부에 와닿았고 아예 둘째는 생각도 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씨는 “자녀가 둘이면 5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이야긴데 요즘 그만큼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면서 “주변 대부분의 엄마들은 한 명만 생각하고 있으며, 둘을 계획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고 셋은 아예 없다”고 귀띔했다.

박혜영(33·여)씨도 “그 전엔 ‘아이가 생기면 낳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뉴스를 접하고 나니 ‘1년 연봉이 얼마나 된다고 아이를 낳겠나, 못 낳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결혼 3년차 정종식씨(34)도 “아이를 꼭 낳아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맞벌이를 하고 있어 조사 결과처럼 돈이 많이 들기에 낳을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13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남상돈(48)씨는 “형편이 돼야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논리대로라면 재벌들만 자녀를 많이 낳을 수 있을 것”이라며 “사실 자녀양육비가 발표처럼 크지 않으며,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기쁨을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자녀는 여호와의 기업” 출산의 복을 알리라=한국 사회의 출산율이 낮은 것은 여성들이 한참 일할 시기인 30대에 임신 출산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는 경력단절현상(M-Curve)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국가적으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고용정책과 출산장려금 지급, 차별적 관행 철폐, 양질의 육아서비스 제공, 자녀양육비 절감방안 등을 모색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본의 논리에 출산의 고귀한 가치가 휘둘리는 현상부터 바꿔야 한다.

한국교회의 절대기준인 성경은 출산을 명령하고 적극적으로 격력한다. “자식은 여호와의 주신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시 127:3)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 1:28) “네 집 안방에 있는 네 아내는 결실한 포도나무 같으며 네 식탁에 둘러앉은 자식들은 어린 감람나무 같으리로다”(시 128:3). 특히 아브라함으로 시작되는 족장사나 노아 이후의 언약백성, 이스라엘 역사 속에서 볼 수 있듯 하나님은 출산과 양육을 통해 구속사역을 이뤄가고 계심을 가르쳐 주고 있다. 따라서 기독교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한국이 세계 최저출산국이란 오명을 씻기 위해선 한국교회가 출산의 숭고한 가치를 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갑순 총신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성경말씀처럼 출산은 하나님의 축복인데 그 축복을 잘 모르는 젊은 세대에 잘못도 있지만 교회도 자녀가 큰 복인 것을 너무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출산을 기피하는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요인이 있겠지만 교회와 정부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교회는 새로 태어난 자녀에 대한 교인 전체의 축복기도와 출산장려금 지급,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어린이집 운영과 방과후 학교 등을 운영해 부모들에게 출산이 정말 큰 복이라는 사실을 고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춘자 침신대 유아교육과 교수도 “외국처럼 일하는 여성이 믿고 맡길 수 있도록 교회가 NGO 형태로 탁아시설을 많이 운영해야 한다”면서 “특히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지 몰라 걱정하는 부모들을 위해 교인들이 육아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백상현 기자, 신재범 인턴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