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무조건 회담 개최” 속내는…김정은 안착위해 경제원조 절실
입력 2011-01-06 00:07
북한이 5일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발표한 ‘북한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은 남북 대화 의지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면서 동시에 한반도 위기의 책임을 남한 보수정권의 탓으로 돌려 남남갈등을 유도하겠다는 이중 포석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표면적으로는 대화모드로 전환했다. 지난해 말 우리 군의 연평도 사격 훈련과 애기봉 점등 등에도 이렇다할 도발을 하지 않았다. 신년 공동사설에서도 일부 위협을 가하긴 했지만 남북 대화를 언급하고 대남 비방을 자제했다.
이는 김정은 후계체제 옹립을 지상과제로 둔 상황에서 6자회담 재개를 통해 천안함 사태 후 지속되고 있는 제재국면에서 탈출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5개국이 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 대화 모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는 2012년 강성대국을 주민에게 공언한 만큼 후계체제 안착을 위해서는 대외 경제원조가 필수라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미국과 중국이 요구해온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조만간 수위를 높여 당국자 간 회담을 공식 제의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남남갈등을 유도해 현 정권의 대북 강경기조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의도와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려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연합성명에서 “우리 민족이 세기가 바뀌는 분기점에서 새 세기의 지평선을 내다보며 얼마나 통일에 대한 환희와 희열에 넘쳐있었던가”라며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미화하고, 지난 두 정권들을 비교했다. 또 “우리 민족이 분열된 것은 외세 때문이며 오늘 북남사이의 첨예한 대결도 외세의 전쟁책동의 산물이다”며 한·미 동맹을 겨냥했다.
통일부는 북측의 의도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제의가 진정성 있는 태도변화라고는 보지 않고 않다. 남북대화에도 선을 그었다.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은 “2007년까지 연초에 나왔던 북한의 ‘연합성명’의 경우 우리 정부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으며 올해도 차이는 없다”면서 “북한이 요구한 대화를 위해서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등에 대한 북측의 진정한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의 정당·정부·단체 연합성명은 2007년까지 이어지다가 2008년 돌연 중단됐다. 연합성명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씀’으로 취급되는 신년 공동사설을 실천하기 위해 궐기대회나 회의 등을 열고 그 결과를 대내외에 발표하는 형식으로 이뤄져 왔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