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 한파’…감찰기관 약속이나 한듯 일제히 비리 적발

입력 2011-01-06 00:09

새해 들어 공직사회에 ‘사정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감사원, 국무총리실, 검찰, 행정안전부 등이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공직자 감찰에 나섰고, 차관보급 중앙부처 공무원과 현직 지방경찰청장의 비위 의혹이 속속 불거지고 있다. 집권 4년차를 맞은 이명박 정부가 공직사회 기강 죄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4일 감사원이 강원랜드 카지노를 상습적으로 드나든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70여명의 명단을 확보한 데 이어 국무총리실은 LH(토지주택공사), 농어촌공사 등 공기업 간부들의 금품 수수 혐의를 적발했다. 또 서울동부지검은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비리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잡고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해 5일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행정안전부 특별 공직감찰반도 지방 공무원을 대상으로 공직기강 점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감찰은 복무위반 사례와 업무 공백, 금품 수수, 특혜성 인사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광범위한 분야의 제보를 바탕으로 감찰 활동을 진행 중”이라며 “이달 안으로 구체적인 감찰 결과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공직사정의 중추적 역할을 했던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연말 감사원장 후보자로 내정된 점도 임기 후반 공직기강을 확립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올해가 선거 등 굵직한 정치 일정이 없는 해라는 점을 들어 주요 국정과제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이 대통령도 지난 3일 신년연설 말미에서 “올해는 정말로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수면 아래를 본다면 올해는 어느 해보다 정치적인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차기 대선경쟁이 본격화되고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이 시작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미 대권 예비 레이스가 가시화되고 있고, 정치 인사들의 움직임도 표면화하고 있다. 정부가 공직사회의 동요를 막기 위한 감찰을 강화할 필요성이 점증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청와대는 사전 계획된 전방위 감찰은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특별한 의도를 갖고 사정을 지휘하는 게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감찰은 각 수사기관이나 사정기관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일”이라며 “청와대 차원에서 이를 지시하거나 컨트롤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