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금융지주회사들, 부실 저축은행 인수 나선다
입력 2011-01-05 21:27
우리·하나·KB·신한 등 4개 대형 금융지주회사가 부실 저축은행 인수에 나선다. 그동안 저축은행 인수에 소극적이었던 금융지주사들이 ‘대책반장’으로 불리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식 속도전에 놀란 듯 5일 일제히 인수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저축은행 부실을 은행권에 떠넘긴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기관 신년 인사회에서 복수 저축은행 인수 의사를 밝혔다. 이 회장은 “금융산업 전체를 볼 때 저축은행이 안정화가 안 되면 제 1금융권에도 파급이 올 수 있다”면서 “저축은행 1∼2곳을 인수하고 잘 지원하면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이날 “저축은행 시스템 안정을 위해 주요 금융그룹들이 동참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해법 마련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류시열 신한지주회장 직무대행도 “조건이 맞는 저축은행이 나오면 인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어윤대 회장이 “지주사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자 오후 늦게 보도자료를 통해 “캐피털사를 통한 서민금융업 진출을 검토해 왔다”며 “소매금융 전문 금융회사로서 서민금융의 활성화와 확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주사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저축은행 인수를 시사한 것은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늦게 기자들에게 “취임 후 주요 금융권 인사들과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고 언급, 금융지주사들과 저축은행 인수 의사에 대한 사전 교감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신년 인사회에서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 해결을 위한) 기본 방향은 이미 결심이 서 있다”며 “몇 가지 과제는 빠른 시간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저축은행권 자체 구조조정이 어렵게 되고 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한 부실털기가 한계에 봉착하자 정부가 부실해소 방식을 은행권 동원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해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자칫 제 1금융권마저 동반 부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더욱이 저축은행 인수 의사를 밝힌 금융사들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데다 전례에 비춰 실현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우리금융의 경우 정부가 제값을 받기 위해 민영화도 연기한 마당에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토록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자금마련이 급한 하나금융이 이에 동참한다는 것도 납득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KB금융의 경우 2008년 대전 저축은행 인수를 거부한 전례가 있다. 저축은행들의 상황이 더 나빠진 지금 이를 인수한다는 것을 수긍할 주주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세욱 강준구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