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 면죄부?… “불법집회라도 간접피해는 배상책임 없다”
입력 2011-01-05 18:41
비록 불법집회라고 하더라도 집회 참가자의 고의 과실에 따른 손해가 입증되지 않았다면 간접피해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불법 폭력집회에 따른 기물 파손 등 직접적인 피해에는 배상책임이 있지만, 의도적이지 않은 간접피해까지 배상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부장판사 김정원)는 5일 서울 광화문 일대 상인 172명이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로 영업 손실을 봤다며 광우병위험국민대책회의와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규정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해 궁극적으로 국민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일 뿐 국민 개개인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집시법을 위반했더라도 인근 상인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촛불집회 당시 국가가 차벽을 설치해 통행을 막은 상황에서 광우병위험국민대책회의 등이 음식점 영업에 손실이 날 것을 알고 고의적으로 불법 시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법원은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일부 업소는 전년도에 비해 카드 매출액이 증가하는 등 오로지 시위로 인해 매출액이 감소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단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매년 소비자의 기호 변화나 사회경제적 상황이 중소 상인의 매출액에 영향을 주는 점을 고려하면 촛불집회와 매출액 감소의 상관관계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상인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도 “도심 내 시위확산을 막기 위해 차벽을 설치한 것은 공공의 질서를 유지·보호하기 위한 적정한 조치”라며 기각했다.
원고 측 대리인인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대표 이헌 변호사는 “집회의 자유에 따른 필연적인 피해는 받아들이더라도 한도를 초과한 손해는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집시법만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고 카드 매출분의 하락이 분명한 피해에는 손해배상을 인정했어야 옳다”고 반박했다. 그는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광화문 일대 음식점 등 업주들은 2008년 5∼7월 촛불 시위대의 청와대 진출 시도와 도로 봉쇄로 영업에 타격을 입었다며 촛불시위를 주도한 광우병위험국민대책회의,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등을 상대로 전년도 카드매출액 대비 감소분에 1인당 위자료 1000만원을 합한 18억여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들은 또 시위대 방치 및 차벽 설치에 따른 영업 지장 책임을 물어 국가에도 공동배상을 요구했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