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비상등 켜졌다] 유가급등에 달라진 풍경… “1만∼2만원어치만” 주유 늘어

입력 2011-01-05 18:52


하늘 모르고 치솟는 유가에 서민들은 주유 패턴을 바꾸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트럭에 과일과 채소를 싣고 다니며 판매하는 상인들은 한숨이 더 깊어졌다.



서울 당산동 SK주유소의 5일 휘발유 가격은 ℓ당 1968원. 지난달 기름값을 올린 이후 손님이 10% 넘게 줄었다. 직원 현석호(44)씨는 “7만원 주유시 무료 세차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그렇게 기름을 넣는 사람은 크게 줄었다”며 “1만∼2만원어치 기름을 넣는 소량 주유 손님만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 대신동에서 GS칼텍스 주유소를 운영하는 권일주(43)씨는 “손님들이 ‘기름값 얼마예요’라며 가격부터 묻는다”면서 “가격을 알고 나서 기름을 넣지 않고 다시 나가는 차량이 하루 20대는 된다”고 전했다. 서울 양평동 양평주유소 직원 이명희(52)씨는 “고급 휘발유를 찾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주변 주유소보다 100∼200원 싼 무폴주유소(특정 정유사에 소속되지 않은 주유소)에는 차량 정체가 빚어진 것처럼 20∼30대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직장인 안성수(34)씨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저렴한 주유소를 찾는 습관이 생겼다”며 “가격이 비싸니 꼼꼼히 따져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차를 몰지 않는 사람들도 늘었다. 서울 양평동 경남아너스빌 경비원 배일덕(62)씨는 “기름값이 올라서인지 낮에 주차된 차량이 예전보다 20∼30% 증가했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종합교통정보센터에 따르면 유가가 상승하면서 서울 시내 평일 교통량이 지난달 중순 720만대 수준에서 이달 들어 640만대 수준으로 줄었다. 폭설과 고유가가 겹친 현상으로 풀이된다.

주택단지를 돌며 과일과 채소 등을 파는 트럭 상인의 시름은 더욱 커졌다. 서울 회현동 남대문시장 입구에서 1t 트럭으로 땅콩을 파는 김두래(42)씨는 “하루 종일 일해 겨우 10만원을 벌면 절반 가까이가 기름값과 밥값으로 나간다”고 말했다. 서울 제기동 경동시장에서 과일을 떼다 파는 손지만(48)씨도 “폭설로 과일값이 올라 마진이 안 남는데 경비까지 많이 드니 죽을 맛”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서울 홍제동 인왕시장 상인들에게 채소를 배달하는 트럭상인 윤성모(78)씨는 “새벽 4시에 나와서 7시간 동안 배달 2건을 하고 2만원 벌었다”며 “기름값을 제하면 얼마나 가져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음식점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이웅규(41)씨는 “거래처가 끊길까봐 기름값이 비싸도 어쩔 수 없이 돌아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전웅빈 최승욱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