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도둑, 꼼짝마”… 한전, 첨단장비 무장

입력 2011-01-05 18:38


지난해 11월 초, 인천시 계양구의 K모텔. “그럼 그렇지.” 전기 계량기를 살펴보던 한국전력공사 인천본부 직할지점 노상욱 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초 ‘심야전력용’으로만 사용키로 한전과 계약된 이 모텔의 경우, 밤 11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만 전기부하가 있어야 하는데 낮 시간에도 버젓이 사용량이 나타났던 것. 확인 결과, 심야전력용 전기선에 일반용 전선을 몰래 끌어다 사용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심야전력용 전기요금은 일반용의 80% 수준이다.

이 같은 ‘전기도둑’을 잡는 1등 공신은 한전의 ‘위약(違約) 탐지 프로그램’이다. ‘위약’이란 전기 사용자가 한전과 계약 없이 전기선을 개·변조해 전기를 몰래 끌어다 쓰는 도전(盜電)이나 심야전력용·농사용·일반용 등 종별 계약을 어기는 계약위반행위를 총칭하는 용어다.

한전은 2009년 초 개발한 이 프로그램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 시스템의 핵심 기능은 전기 사용자의 전력사용량 패턴을 분석하는 것. 가령 평소 일정량의 전기를 사용하던 가구에서 갑자기 사용량이 급증할 경우, ‘위약 의심가구’로 체크되는 방식이다.

한전 관계자는 “이 시스템을 개발하기 전까지는 위약 의심가구를 조사하면 평균 0.82%가 위약 가구로 적발됐는데, 시스템 도입 이후부터는 25%까지 적중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3년간 전기 무단사용(계약종별 위반 포함)을 적발한 통계를 보면 2007년 5000건에서 2008년 4819건으로 줄었다가 시스템이 개발된 2009년에는 1만149건으로 전년보다 2배 넘게 늘었다.

이른바 ‘가로등 전기도둑 방지 시스템’도 대박을 터뜨렸다. 일반적으로 전국의 주요 도로에 설치된 가로등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설치·관리한다. 문제는 지자체가 가로등을 임의로 설치하면서 인근 가로등에 연결된 전기선을 끌어다 무단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 가로등마다 정액제로 납부되는 전기요금 체제를 악용한 것이다. 이에 한전은 GPS(위치정보시스템)를 활용, 가로등마다 관리스티커를 부착하고 가로등별 전기사용량이 담긴 영업정보시스템을 가동, 전기사용량의 변동을 수시로 체크했다.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광주·전남지역에 시범 실시한 결과, 가로등 24개에 전기가 무단 사용된 사실을 적발해 13억원의 위약금을 받아냈다. 한전 관계자는 “불법 전기사용은 전력공급에 심각한 장애요인이 될 뿐 아니라 엄연한 위법 행위”이라며 “위약 행위가 적발될 경우, 사용기간별로 2∼3배의 위약금이 부과되고 형사처벌 받을 수도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