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만 10조 투입… 위기→ 기회로
입력 2011-01-05 21:56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3일 신년하례회에서 올해의 투자계획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지난해보다 좀더 많이, 크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5일 사상 최대인 43조1000억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은 이 회장의 의지를 수치로 보여준 것이다.
지난해 LG그룹에 이어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이 대규모 투자로 ‘공격경영’ 의지를 밝히면서 현대자동차그룹과 SK그룹 등 다른 그룹의 투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주력사업 강화와 신사업 발굴 박차=삼성의 최대 규모 투자 계획 발표는 올해 세계 경제 여건이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더욱 과감한 투자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올해 투자액 42조1000억원 가운데 시설투자(29조9000억원)와 연구·개발(R&D) 투자(12조1000억원)가 32조원을 차지한다.
특히시설 투자 중 삼성의 대표적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반도체에 가장 많은 10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반도체 시황 악화라는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2등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한 지난해 투자액 1조4000억원에 머물렀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에 무려 5조4000억원을 투자, 신성장 동력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주요 그룹, 적극적 투자를 통한 공격경영=올해 주요 그룹의 투자 규모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이날 밝힌 12조원은 지난해(10조5000억원)보다 1조5000억원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그는 특히 “(현대제철) 고로 3호기 준공이 예정돼 있다”며 “투자를 확대해 고용을 많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만큼 이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G그룹 역시 지난달 20일 올해 사상 최대인 2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18조8000억원)보다 11.7% 늘어난 것이다. 과감한 선행투자를 통해 ‘글로벌 마켓리더’로 도약하겠다는 구본무 회장의 의지가 담겼다. 시설투자에 16조3000억원, R&D에 4조7000억원이 투입된다.
롯데그룹도 올해 시설 및 R&D에 5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4조1000억원)보다 34.1% 증가한 것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매출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투자도 늘고 있다”면서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지분 투자까지 포함하면 투자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은 올해 투자를 지난해(8조원)보다 최소 10% 이상, 지난해 약 2000명이었던 신규 채용 역시 10% 이상 늘릴 방침이다. SK그룹은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만큼 투자나 채용 모두 공격적으로 하자는 분위기다.
맹경환 최정욱 문수정 기자 khmaeng@kmib.co.kr